­케테 콜비츠의 울림
­케테 콜비츠의 울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2.0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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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있는 전시를 보고 왔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사진갤러리에서의 케테 콜비츠(독일, 1867~1945) 전이다. 케테 콜비츠는 20세기 전 후반 격동기에 참여미술의 대표적인 여류 판화 작가이다. 그의 실제 작품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국민의 큰 아픔이었던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우리사회 전반의 분열과 갈등의 시절을 목도해와 그런지 작품에서 전해지는 메시지가 더욱 귀하고 절절히 다가왔다.

그는 초기에는 역사적인 사건과 사회개혁 의지를 담은 사실적인 기법의 에칭과 석판화에 매진했는데 후에 에른스트 바를라흐(Ernst Barlach, 1870~1938)의 영향으로 목판화를 제작하며 전쟁의 참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다. 프롤레타리아 출신의 의사와 결혼 후 빈곤층과 노동자 계층, 특히 여성과 아이들을 작품의 주요한 소재로 삼았다. 총 275점의 판화작품을 제작했으며 대부분이 흑백판화였다.

전시는 1차 세계대전 이전의 작품과 이후의 작품으로 나뉘는데 필자는 죽음(Death) 연작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평생 죽음을 상상해 온 콜비츠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을 뛰어넘고 이해와 연민에 도달하며 초연한 단계에 이르렀다. 작품을 마주하며 전쟁의 혼란 속에 얼마나 커다란 상처와 처절함이 교차하였을지 감히 상상조차도 힘이 들었다.

여덟 점의 석판화 연작에서의 죽음에 대한 작가의 시각은 격렬하거나 또는 잔잔하게 드러난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두 작품을 얘기하고 싶다.

스스로를 그린 ‘이마에 손을 얹은 자화상’과 그 당시의 모습을 그린 ‘살아남은 자들’이다. 케테 콜비츠의 자화상(‘이마에 손을 얹은 자화상 Self-portrait with Hand on Forehead’ 1910, 15.4x13.7cm, 에칭)은 다른 화가들의 그림처럼 시대조류를 따르거나 당시 ‘표현주의’ 화가들이 격동기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왕좌왕했던 것과 달랐다. 작가는 자신이 속한 시대 상황을 침착하게 마주하고 있는 자신의 내면을 주의 깊게 표현하였고 필자 또한 온전히 그런 그를 느낄 수 있었다.

두번째 작품(‘살아남은 자들 The Survivors-Make War on War!’ 1923, 56.2 x 68.5cm, 석판)은 전후 독일의 가난, 질병, 죽음과 같은 이중고에 시달리는 빈민층의 고통을 담은 작품이다. 화면에는 노인과 맹인,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과 중앙에 아이들을 감싸 안은 여성이 묘사되어 있다. 콜비츠는 이들의 참혹한 현실을 담아 전쟁이 끝났음에도 고통이 끝나지 않은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세상이 떠들썩할 만큼의 사건도, 온 국민이 우울증에 걸릴 정도의 상처들도 조금만 지나면 일상이란 시간에 묻혀버리게 된다. 하지만 100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 제목이 이렇게도 와 닿는 것은 물질로는 충분히 발전하고 풍요로운 이 시대에 정신으로는 마치 전쟁을 치르듯 고통인 살아남은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서 일 것이다. 작품 속 살아남은 자들의 유령 같은 시선이 살아남은 우리에게 향해 있는 것 같아서 일 것이다.

역사적인 사건과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그의 작품이, 4월 1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전시가, 전쟁 같은 우리사회에도 이 땅의 예술가들에게도 커다란 울림으로 전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이하나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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