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교육연수원 이전 문제와 외고가 주는 교훈
울산 교육연수원 이전 문제와 외고가 주는 교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2.0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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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교육연수원 이전 협약이 체결됐지만 새 연수원 부지 선정문제가 아직도 매듭을 짓지 못한 채 동구 일대를 맴돌고 있다. 2012년 교육연수원 이전에 따른 지원약정을 체결됐지만 이전 예정지였던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 인근 부지에 화장장 터가 일부 포함됐다는 이유로 교사들이 이를 반대하면서 연수원 이전은 허공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교육청과 동구청이 수년간 시소게임을 벌인 끝에 최근 동구청이 다시 교육연수원 이전 부지로 일산배수지 일원, 제2전하초교 일원, 남목 당고개 일원 등 3곳을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보다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상지 선정에 난색을 표 했다고 한다.

부지문제라면 우리가 또 주목할 만한 일이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던가. 이상스럽게도 울산의 영재들이 모여든다는 ‘외고와 과학고’는 모두 인적이 드문 시 외곽 산중에 위치하고 있다. 조용한 산속에서 학문에 몰두 하라는 깊은 뜻이 있어 그랬다고 치자. 그런데 이들 학교가 아직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학교부지 선정 즉 교육환경은 ‘100년지 대계’의 명당을 잡는 일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만약 이들 학교가 접근이 편리하고 보다 쾌적한 도심의 좋은 환경에 위치했더라면 금일에 이르러 그 양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사정이 이럴진대 전술한 외고 부지선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 외고가 부실공사로 옹벽이 수차례 무너지고 건물이 허공에 매달려 있다는 사건내용을 접했을 때 도저히 학교를 세울 수 없는 험준한 산비탈에 학교 부지를 선정하는 것부터가 잘못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험준한 산비탈에 울산의 최고 영재들이 모여들 학교 부지를 선택했을까. 이 땅을 토지 소유주가 무상으로 헌납했기 때문인 것은 차치하고 관련 인사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주장이 있다. 학교부지 선정위원들이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생각하기보다 제각기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돼 자신들의 거주 지역으로 유치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땅을 학교시설 용도로 기부받으면 대지 매입비를 절감 할 수 있을 것이란 근시안적 판단은 이후 축대 붕괴사고까지 겹치면서 계속되는 하자 보수 때문에 지금은 대지 매입비를 초과하는 우를 범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래의 울산 교육 역사 앞에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들어 설 교육연수원 부지는 물론 국제고등학교 부지선정 등에서는 이런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교육연수원 자리는 대왕암 공원의 최고 요지이며 몽돌해변을 낀 아름다운 해변과 해송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천혜의 교육환경을 자랑하는 명당이다. 따라서 이 이상 더 좋은 터를 울산에서 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제자리에 맴돌기만 할 순 없는 일이다. 5년이 경과한 현 시점까지 이전 부지를 선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자칫 앞에서 언급한 우를 되풀이 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학교부지 선정부터 잘못됐던 울산외국어고등학교는 설계와 감리 그리고 부실시공으로 옹벽이 붕괴돼 순진한 학생들과 울산시민들에게 준 충격과 실망을 안겨줬다. 이 일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교육청과 시공사간에 책임을 묻는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당시 교육청 시설의 책임자나 관계 공무원들은 그 이후 또 다른 학교 시설공사 비리로 법정에 서거나 혹은 면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의 미래 교육을 위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철수 울산사회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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