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면자건(唾面自乾)
타면자건(唾面自乾)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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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어도 저절로 마를 때가지 기다려라’는 뜻으로 십팔사략(十八史略)에 전하는 이야기이다. 중국 당 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는 중국 역사상 유일무이의 여 황제로 재임 15년 동안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추악한 술수를 다 쓰지만, 유능한 인재들을 적기에 발탁하고 훌륭한 신하들을 적절하게 등용했기 때문에 그런대로 나라가 안정됐고 문화 또한 번성했다.

당시 무후의 신하 가운데 누사덕(樓師德)이란 대신이 있었는데, 그는 성품이 곧고 온후하여 어떤 어려움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했다.

어느 날 그의 아우가 대주자사(代州刺史)로 승차돼, 임지로 떠나면서 형에게 작별 인사차 찾아왔다. 그는 동생에게 “우리 형제가 함께 출세를 해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를 바라보는 남의 시선 또한 곱지 않을 뿐 아니라, 시샘 또한 클 것인데, 너는 어떻게 처신을 하겠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동생은 “비록 남들이 내 얼굴에 침을 뱉는다 해도 나는 화내지 않고 잠자코 침만 닦고 있겠습니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그는 “내가 염려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누가 너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면, 그는 분명히 너에게 불만이 있을 것인데 네가 그 사람 보는 앞에서 침을 닦게 되면 상대의 마음을 더욱 거스르게 돼 더 큰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침이야 닦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말라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웃으면서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나을 게다”라고 훈계했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참고 인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해준다. 우리의 속담에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 한다”는 말이 있다. 명심보감에도 ‘ 일시의 분을 참으면 백일의 근심을 던다(忍一時之忿, 免百日之憂)’는 말도 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일순간의 분을 참지 못해 나라 전체를 불신과 분노로 들끓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 원생 폭행사건’이다.

30대 여 교사가 철모르는 한 어린이에게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러 맞은 어린이가 사정없이 나가떨어지자 곁에 있던 어린원생들이 모두 겁에 질려 꼼짝하지 않고 서있는 모습은 마치 폭력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물론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인내하는 미덕을 갖추기엔 아직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체형(體刑)의 근본을 이해하고 최소한 매(?)와 몽둥이(刑具)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가르칠 교(敎)자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면 효자 효(孝)에 칠 복(?)을 더한 것이다. 이 칠 복(?)의 고자는 복(卜)자에 우(又)자를 더한 점복(?)자다. 이는 채찍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모양으로 어떤 대상을 ‘쳐서 기른다’는 뜻이다. 결국 ‘치다(?)’는 어떤 대상을 채찍으로 쳐서 온전하게 바로 잡는다는 의미다.

우리말에서 매(?)와 한자에서의 교편(敎鞭)은 형구(刑具)가 아니다. ‘사랑의 매’란 말은 있어도 ‘사랑의 몽둥이’란 말은 없다. 때문에 매와 교편은 절대 교사의 감정풀이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 우리 속담에 ‘세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요즈음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정이 아닌 어린집이란 공간에 맡겨져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얻는 버릇이 바로 인성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이곳이야 말로 그 어느 교육장 보다 나은 최상의 환경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교사 또한 부모 이상의 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 부처가 전반적인 운영실태 점검과 함께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노동휘 성균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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