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진흥법 단상(斷想) (1)
인성교육진흥법 단상(斷想) (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2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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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진흥법이 지난 20일 제정ㆍ공포되었고, 7월 21일부터 시행된다. 우선 이 법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자. 제2조에서 인성교육의 개념을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인성교육의 목표는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가치 또는 덕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4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기 위하여 인성교육에 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동안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해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으로라도 강제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인성이 심각할 정도로 문제가 된다는 진단이리라. 청소년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때마다 그 원인으로 인성교육을 들먹이곤 했으니 인성교육진흥법을 시행하겠다는 데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효과적인 방안인지는 의문스럽다.

제대로 시행이 될까? ‘법’은 강제적인 것이다.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법은 존재 가치가 없다. 일반적으로 법을 지키지 않거나 위반을 하면 처벌을 한다. 인성교육진흥법도 당연히 의무적으로 지킬 것을 요구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학생, 교사, 학교, 교육청, 지방자치단체를 처벌을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처벌을 하기는 힘들 것이고, 평가 항목에 넣어 상대적 불이익을 줄 것이다.

교육현장에서는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교육부, 교육청에서는 인성교육강화 정책을 마련하고 학교에 내려 보낼 것이다. 학교에서는 일정량의 인성교육 시수를 확보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을 경쟁적으로 세우고, 경쟁적으로 실행하고, 경쟁적으로 성과를 내고, 주기적으로 보고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학생 평가, 교사 평가, 학교 평가, 교육청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사설학원이나 교육 및 입시 관련기관에서는 인성교육관련 인증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인증시험을 만들어내고, 소위 인성인증서를 팔게 될 것이다.

무슨 근거로 이렇게 예측하는가? 교육부장관이 대학입시에 반영되도록 유도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청렴교육’이 이와 같이 되었기 때문이고, 세월호 사건 이후에 ‘안전교육’이 이와 같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청렴인증서’나 ‘안전인증서’까지 아직 생겨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청렴이나 안전과 관련하여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 이 같은 전례로 볼 때 ‘인성교육’과 관련해서도 온갖 프로그램과 평가 및 인증 방법들이 난무할 것이다. 아마도 생활기록부기재요령에는 ‘바르고 건전한 내면 성장’, ‘타인과 더불어 사는 성품과 역량’,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성품과 역량’, ‘자연과 더불어 사는 성품과 역량’, ‘예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 ‘효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 등의 항목이 생겨나고 그 하위 항목들의 예시가 나열될 것이다.

왜 이렇게 현실에서는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왜곡되기만 할까? 문제가 되는 현상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거나 애써 외면하기 때문이다. 청렴하지 않게 되는 원인은 건드리지 않고 청렴교육이나 연수만 경쟁적으로 하게 만드니까 청렴도가 나아질 리가 없다. 청렴관련실적물만 쌓일 뿐이다.

<정호식 울산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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