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밥상에서 ‘나눔과 배려’를 가르치자
가족 밥상에서 ‘나눔과 배려’를 가르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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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 박사의 동심동행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은 10년 후 미래다. 지금 바둥바둥 애쓰고 있는 직업군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어른들이 잘 모르고 있다. 미래사회는 융합, 글로벌, 그린(친환경)이 핵심 키워드다. 작년 12월 30일 대한민국 인재상 시상식이 대전에서 열렸다. 심사 공고문을 살펴보면 사회가 원하는 미래 인재상이 그대로 적시되어 있다. 첫째, 지혜와 열정으로 도전하고 성취, 둘째는 창의적 사고로 새로운 가치 창출, 그리고 셋째는 공동체 일원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한 청소년이다.

구체적인 심사요소를 보면 더욱 뜻이 명확해진다. 첫 번째는 ‘꿈과 끼’다. 자신의 꿈을 향한 뚜렷한 목적의식과 도전정신을 통하여 자기주도로 진로를 탐색하고, 끼와 열정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이룬 성과와 미래 발전 가능성을 본다. 두 번째는 ‘창의력과 상상력’이다. 창의적 사고와 풍부한 상상력, 독창적 아이디어와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논리적·비판적 사고능력을 평가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인성과 공동체 의식’이다. 타인에 대한 존중, 소통, 봉사 및 리더십과 자신과 사회에 대한 긍정적 태도, 사회에 대한 기여를 평가한다.

소년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춘기를 겪게 된다. 사춘기는 건강한 어른이 되는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육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지적으로, 심리적으로 고르게 성장하여야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되면서 건강한 어른이 된다. 이때 ‘나눔과 배려’를 잘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국어를 잘하면 문과, 수학을 잘하면 이과. 이과하면 의대, 문과하면 법대. 무서운 편견이다.

이들이 처음으로 ‘나눔과 배려’를 배우는 자리가 바로 밥상이다. 어른이 먼저 수저를 뜨는지 확인하고 자신도 밥을 먹기 시작하는 예절을 배웠다. 먹는 속도가 빠른 사람도 상대방을 배려하며 천천히 먹는 속도를 맞췄다. 여러 명이서 나눠 먹는 음식 종류가 많다 보니, 서로 음식을 권하고 덜어주며 나눔을 배웠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위로받고 힘을 얻었다.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이렇게 과거에는 대가족을 통해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배웠다. 가족끼리 밥을 같이 자주 먹지 않는 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어린아이들이 사회생활을 배우는 데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 의식을 느끼지 못하며 자라기 때문이다.

그나마 형제자매라도 많으면 서로 챙겨주거나 배려하는 걸 배우지만 자식이 달랑 한두명인 요즘은 아이들이 안팎으로 단절된 환경에서 성장한다. 더 큰 문제는 부모다. 바깥에서는 각종 문자와 이메일, SNS로 다른 인간관계에 공을 들이지만, 정작 자녀들과는 밥 한 끼를 통해 가르칠 수 있는 소중한 ‘나눔과 배려’ 교육에 무관심하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아이가 배려를 배우기 어렵게 만든다.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은 채 간섭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 이 세상에 과잉보호는 없다. 과잉간섭일 뿐이다.

정에서 배려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집안일을 나눠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마주치는 아파트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외부 소통을 가르치는 좋은 방법이다.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다양한 집안일을 경험한 아이들은 성취감뿐 아니라 배려심도 다른 아이들보다 월등할 수밖에 없다. 아이를 어린 보호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대상으로 보고 집에서 다양한 훈련을 시켜줘야 한다.

‘나눔과 배려’는 일방적이어선 안 된다. 나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오’를 용감하게 외치게 해야 한다. 우리는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나눔과 배려’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늦지 않았다. 밥상머리 교육부터 다시 시작하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기획경영실장·열린교육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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