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재(不在)의 시대
소통 부재(不在)의 시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27 2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대화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하는 장면이 일상에서 사라져버렸다. 지금보다 더 가부장적이었던 시절에도 부모 자식 간 대화는 있었다. 그런데 구성원의 개성을 존중하기에 안성맞춤인 핵가족 시대에 오히려 대화가 단절됐다니 이 보다 더 아이러니 할 수 없다. 각자의 사회적인 역할 때문에 대화할 시간이 없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만일 필연성조차 사라져 버렸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가장 소중한 것은 아마 대화를 통한 인간적인 소통일 것이다.

가족 간의 소통은 최소한의 사회 단위를 체험으로 알게 해주고, 더 나아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올바른 인식의 장을 제공한다. 또 소통은 육체적인 생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까지 체득케 한다. 따라서 대화가 단절됐다는 것은 이런 중추적 기능이 마비됐거나 훼손됐음을 의미한다. 요즘 예상치 않은 사건 사고가 잦은 것도 이런 기능이 단절된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부모 자식 간 또는 세대 간 소통이 단절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노동의 의미가 폄하되고 왜곡된 것을 꼽고 싶다. 인간으로서의 생존 이유와 존재확인을 위해 꼭 필요한 한 것이 노동이다. 노동을 통해 가장은 가정을 꾸리고 사회의 일원으로 그 몫을 다하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노동이 가정의 대화를 두절시키고 사회 갈등의 주요 축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노동 때문에 가장은 집에서 어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사회에선 퇴물이 돼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식은 땀 흘리는 부모세대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소통의 부재’를 비판의 소재로 삼으려 한다.

점점 가속화 돼가는 기계화와 자동화, 그것으로 인한 대량생산의 시대에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은 그런 문명의 발달이 인간 본성의 성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와 달리 비인간화 쪽으로 우리를 내 몰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물질 만능의 시대에 한편으로 적응하면서 또 인간적인 것을 추구해애 하는 이중 잣대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때문에 과연 무엇이 인간적인 것이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마치 무거운 것에 잔뜩 눌린 듯한 중압감이 압도하며 썰렁하기가 그지없는 요즘의 사회분위기는 분명 예전 같지 않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거운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매번 있어왔던 이런 분위기가 최근들어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전 보다 그만큼 살기 힘들거나 아니면 소통과 노동가치의 부재 때문 일 것이다.

소스라치게 놀라고 가슴을 먹먹하게 한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모두 사람들의 탐욕과 가치 결핍에서 오는 것이다. 또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물질에 끌려 다닌 탓도 적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삶의 동력인 행복을 빼앗기고서야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챈다. 그래서 가정에서부터의 대화가 직장과 사회의 소통으로 이어지고, 함께 땀 흘릴 수 있는 사회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작은 것에서부터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과 먼저 하나가 되고 전체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신진환 울산여고 교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