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인사쇄신, 민심해갈 충분할까
대통령 인사쇄신, 민심해갈 충분할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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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에 들어 대통령지지도가 내리막을 타다 30%대에 이르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 교체, 특보 신설, 청와대 수석 교체란 인적쇄신 카드를 뽑아 들었다. 지지율 30%대는 역대 정권 집권 3년차와 비교했을 때 최하위 수준의 지지율이다. 지지율이 이렇게 내리막 길을 걷게 된 데는 지난 2년간 현 정권이 스스로의 집권철학과 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 출범과 동시에 선거부정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이슈에 시달렸고, 작년에는 세월호 사건에 이어 부적절한 외부 실세의 국정농단과 맞물린 ‘청와대문건 유출사건’이란 황당한 이슈에 발목이 잡혔었다. 이어 연말정산 파동과 어린이집 원아 구타 학대사건이 터졌으니 봉급생활 서민과 주부들의 민심이 험해진 것은 물어보나 마나 한 일이다.

성질 급한 사람들과 호사가들은 레임덕이 벌써 왔다고 입방아를 찧는 중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우선 불만이 누적된 인사 소통문제 먼저 물꼬를 트는 선에서 오랫동안 만지작거리던 이완구 총리지명 카드와 함께 부분적인 인사쇄신 카드를 서둘러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비어 있는 장관 자리와 다소의 논란이 되는 각료를 포함해 중폭 후속 인적쇄신이 있을 것임도 내비치고 있다.

문제는 지금 드러난 인사쇄신의 수준이 민심이 바라는 혁신의 눈높이에 얼마나 다가 갈 수 있느냐이다. 대통령이 이번에 단행한 인사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완구 총리 지명자에 대해서는 호(好) 불호(不好) 중 호가 다소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適) 부적(不適)은 청문회가 끝나봐야 알 일이지만 일단 자신의 병역 문제와 차남의 병역의혹 그리고 증여재산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그도 지금까지 높은 자리에 지명된 분들과 판박이 임은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총리를 포함한 이번 인사쇄신이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는 전환점이 되기를 정부와 여당은 바라고 있다. 그들의 기대가 현실화 되면 늦었지만 다시 나아가는 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향후 국정운영은 험로에 접어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번 인사쇄신이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한 게 흠이다. 민심이 바라는 인적쇄신의 초점은 내각 보다 청와대 내부에 맞춰져 있었다. 비서실장 교체와 사실여부를 떠나 논란의 진원지였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거취문제가 국민들의 관심사였다. 비서실장은 다른 여러 가지 문제가 정돈된 다음 퇴진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하니 대통령이 애초에 표시했던 뜻과 부합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비는 미룰 수 있다. 하지만 ‘문고리 3인방’은 문고리 하나가 조금 작아지고 다른 하나는 회전문으로 다른 방으로 들어간데 불과한 형국에서 마무리 됐다. 청와대 인사에 맞춰 눈을 크게 뜨고 있던 국민들이 실망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원칙주의자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러나 대통령의 원칙이 법적인 원칙이란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법적인 원칙은 이 나라의 법이 완벽하게 집행돼 억울한 사례가 하나도 없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검찰 수사 결과를 믿으며 법원의 판결에서 드러난 이상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근 20년을 같이 일한 사람들을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내칠 수 없다’는 것이 대통령의 원칙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 제일의 역동적인 나라이다. 20년 전의 나라가 아니다. 우리가 그들의 총명함과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의심하진 않지만 그들만이 나라정치를 제일 잘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백성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은 도끼 보다 무섭다. 이번 대통령의 인적쇄신 조치의 그림자에 집권여당의 차기대권구도가 어른거리고 친박·비박의 다툼 소리가 더 커질 것이란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민심 해갈에 청량 이온이 2% 더 있어야 할 모양이다.

<박기태 한국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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