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고교 시절인 70년대 울산에는 극장이 4개가 있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극장으로 천도, 태화, 시민, 울산극장이었다. 천도, 태화, 시민극장은 개봉관이고 울산극장은 재개봉관으로 개봉관에서 영화가 처음 상영이 되고 일정기간이 지난 뒤 재상영하는 영화관이다. 그래서 보통은 한 번에 두 편을 볼 수 있어 흔히 ‘동시상영관’으로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 이들이 찾는 영화관이었다. 그러나 싼 맛에 찾은 영화관의 필름은 낡아서 비가 오거나(화면에 줄이 죽죽 그어지는 현상) 중간 중간 영화가 끊기어 관객들은 “입장료 환불하라” “집에 가자” 등의 고함을 치거나 어떤 이는 그 틈을 이용해서 담배도 피우고 군것질도 하고 했다. 그런 풍경이 동시상영관의 모습이었다.
울산극장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재개봉관에 대한 추억이 더 새록새록 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가벼운 주머니로 동시에 두 편을 볼 수 있고 시간만 있으면 하루 종일 영화를 봐도 되기에 자주 가게 되었다.
극장에서는 보통 영화 한 편을 3개월 쯤 상영을 했다. 그래서 4개의 영화관을 다 보고 나면 이웃 도시인 부산으로 영화를 보러 원정을 갔다. 그때 부산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아직도 그 기억이 새롭다.
지금의 학생들은 다양한 볼거리와 갈 곳도 많지만 그때의 학생들이 갈 수 있는 곳이란 많지 않았다. 물론 영화관도 마음대로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종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을 갔다. 지금도 단체로 본 영화가 기억에 남는데 킹콩, 나자리노, 벤허, 빠삐용, 진추하 등이다. 그때 영화를 본 친구들은 이제 50대 중반이 되었다.
최근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계속 만들어 지고 있어 영화의 도시로 거듭 나고 있다. 영화를 제작하는 이들이 부산을 거대한 영화세트장으로 사용하기 시작 한 것이다. 그래서 친구, 해운대,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 국제시장 등이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다. 이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큰 성과를 거두고 있어 영화도시 부산이 되었다.
여기에 힘입어 부산 해운대에 ‘영화의 거리’를 만들어 영화를 보고 즐기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부산의 극장 역사를 처음으로 정리한 ‘부산극장사’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1903년부터 2014년까지 부산지역 극장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인데 개관년도, 폐관연도, 입장 인원과 검열 횟수 등 극장의 변모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렇게 부산은 영화산업으로 새로운 도시로 태어나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은 많은 것을 생각나게 했다.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고 평하고 있다. 나는 6·25 전쟁을 겪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후유증은 톡톡히 본 세대이다. 특히 국기하강식의 장면은 직접 그렇게 했기에 그 당시의 여러 가지 일들이 생각났다. 그렇게 국제시장이란 영화를 통해 나는 잠깐 학창시절로 돌아갔다가 왔다.
힘든 시간도, 즐거웠던 시간도 결국에는 다 지나가게 된다.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많은 꿈을 가지게 해준 영화관의 추억이 영원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