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추억
영화관의 추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2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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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국제시장’ 영화를 보러 갔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보니 시간이 좀 남았다. 그래서 극장을 나와 많이 변한 시가지를 둘러 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옛날 극장에 대한 추억이 있었던 곳으로 향했다.

내가 중고교 시절인 70년대 울산에는 극장이 4개가 있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극장으로 천도, 태화, 시민, 울산극장이었다. 천도, 태화, 시민극장은 개봉관이고 울산극장은 재개봉관으로 개봉관에서 영화가 처음 상영이 되고 일정기간이 지난 뒤 재상영하는 영화관이다. 그래서 보통은 한 번에 두 편을 볼 수 있어 흔히 ‘동시상영관’으로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 이들이 찾는 영화관이었다. 그러나 싼 맛에 찾은 영화관의 필름은 낡아서 비가 오거나(화면에 줄이 죽죽 그어지는 현상) 중간 중간 영화가 끊기어 관객들은 “입장료 환불하라” “집에 가자” 등의 고함을 치거나 어떤 이는 그 틈을 이용해서 담배도 피우고 군것질도 하고 했다. 그런 풍경이 동시상영관의 모습이었다.

울산극장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재개봉관에 대한 추억이 더 새록새록 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가벼운 주머니로 동시에 두 편을 볼 수 있고 시간만 있으면 하루 종일 영화를 봐도 되기에 자주 가게 되었다.

극장에서는 보통 영화 한 편을 3개월 쯤 상영을 했다. 그래서 4개의 영화관을 다 보고 나면 이웃 도시인 부산으로 영화를 보러 원정을 갔다. 그때 부산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아직도 그 기억이 새롭다.

지금의 학생들은 다양한 볼거리와 갈 곳도 많지만 그때의 학생들이 갈 수 있는 곳이란 많지 않았다. 물론 영화관도 마음대로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종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을 갔다. 지금도 단체로 본 영화가 기억에 남는데 킹콩, 나자리노, 벤허, 빠삐용, 진추하 등이다. 그때 영화를 본 친구들은 이제 50대 중반이 되었다.

최근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계속 만들어 지고 있어 영화의 도시로 거듭 나고 있다. 영화를 제작하는 이들이 부산을 거대한 영화세트장으로 사용하기 시작 한 것이다. 그래서 친구, 해운대,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 국제시장 등이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다. 이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큰 성과를 거두고 있어 영화도시 부산이 되었다.

여기에 힘입어 부산 해운대에 ‘영화의 거리’를 만들어 영화를 보고 즐기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부산의 극장 역사를 처음으로 정리한 ‘부산극장사’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1903년부터 2014년까지 부산지역 극장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인데 개관년도, 폐관연도, 입장 인원과 검열 횟수 등 극장의 변모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렇게 부산은 영화산업으로 새로운 도시로 태어나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은 많은 것을 생각나게 했다.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고 평하고 있다. 나는 6·25 전쟁을 겪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후유증은 톡톡히 본 세대이다. 특히 국기하강식의 장면은 직접 그렇게 했기에 그 당시의 여러 가지 일들이 생각났다. 그렇게 국제시장이란 영화를 통해 나는 잠깐 학창시절로 돌아갔다가 왔다.

힘든 시간도, 즐거웠던 시간도 결국에는 다 지나가게 된다.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많은 꿈을 가지게 해준 영화관의 추억이 영원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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