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예술창작소에서의 61일
북구 예술창작소에서의 61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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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서울에서 8개월간의 작업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인 울산으로 내려왔다.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염포동에 위치한 북구 예술 창작소에서 11월, 12월 동안 신진작가 단기 입주작업(레지던시) 공모를 한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시기적으로 우연찮게 맞아떨어졌고 운이 좋아 2014년의 마지막 두 달을 북구 예술창작소에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개인 작업환경에 익숙한 필자에게 북구예술창작소의 레지던시 경험은 더 나은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큰 전환점이 됐다. 울산에서 작업 하고자 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개인 작업실 제공은 타 지역 작가들과의 교류는 물론 앞으로 작가활동을 하는데 중요한 사전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다른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매체의 다양성을 배우고 그들의 작업 컨셉, 방식, 과정을 관찰하고 공유하는 동안 필자는 개인적으로 예술적인 시각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예술가들끼리 나누는 담론을 통해 기존의 작업들을 다른 입주 작가들이나 관계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고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를 통해 다음 작업의 방향성을 확립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남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두 달의 단기 레지던시임을 알고 입주하긴 했지만 계획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기에는 생각 외로 굉장히 촉박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첫 레지던시 경험인 만큼 환경에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적응됐다고 생각할 무렵 레지던시는 이미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래서 단기 레지던시인 만큼 조금 더 계획적인 일정제시와 그 계획을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논의 시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북구예술창작소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방향은 파악하였으나 문서화된 계획 일정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제시된 계획들이 종종 있다 보니 개인적으로 그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신진작가’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작가들의 눈높이에 맞춰 좀 더 섬세한 진행이 이뤄지고 전문가와 연계된 프로그램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다양하고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찾는 북구예술창작소가 되려면 울산의 북구예술창작소만이 갖는 고유한 내용과 그에 적합한 계획이 확립돼야 한다고 본다. 또 창작소의 전반 운영내용과 기획이 책자나 인터넷 웹페이지 등을 통해 작가들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한다.

이번 단기간 레지던시를 통해 예술창작소가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홍보와 행정기관의 지원이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아이가 성숙한 어른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듯 북구예술창작소가 예술 활동을 즐기고 공유하는 관객과 입주 작가들이 함께 존립하는 곳이 되려면 무엇보다 북구와 주민 그리고 작가들의 꾸준한 관심과 활동이 필요하다. 울산을 흔히 ‘산업수도’라고 한다. 그리고 ‘부자 도시’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말은 문화예술의 결핍도 동시에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돼 왔다. 따라서 북구가 지역 작가들을 위해 이런 기회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를 지닌다.

특히 북구는 수 많은 중소기업들이 위치하고 있어 문화예술과 거리가 먼 지역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에 북구 예술창작소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사실 예술가들은 대부분 풍요롭지 않다. 그런 만큼 그들에겐 자그마한 작업공간 하나가 최대의 혜택일 수도 있다, 필자는 북구 예술창작소에서 보낸 귀중한 61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박소현 레지던시 입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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