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투쟁과 지금은 상황달라 노조, 현실 직시해야”
“87년 투쟁과 지금은 상황달라 노조, 현실 직시해야”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5.01.2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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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회사 입장 고려, 회사는 강성노조 포용해야
▲ 원건 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이 22일 울산상공회의소에서 노사화합과 관련, 울산의 노동운동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김미선 기자

“현대중공업 파업 사태를 보면서 참 답답했습니다. 87년 노동자대투쟁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요. 노조는 현실을 직시해야합니다.”

22일 이원건(63) 현대중공업 전 노조위원장은 심각한 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 노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1988년 ‘128일 총파업’, 1990년 ‘골리앗 크레인 농성 투쟁’의 선봉에 선 인물로 이날 울산노사발전연구원이 마련한 ‘대한민국 노동운동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주제 발표의 강연자로 나섰다.

이날 강연에서 이원건씨는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를 비롯 울산지역 노동운동의 현 주소에 대해 설명했다.

이씨는 “현대중공업 상황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이었던 중공업이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노사가 소통해야 하는데 서로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노조는 회사가 최대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마냥 돈만 더 달라고 우겨서는 안된다. 노조도 회사와 함께 기업의 경영을 같이 고민해야한다”며 “회사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지금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원건씨는 1987년 노사분규때와 현재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당시 노동현장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곳이었다. 노동자들은 연봉 300만원 받으며 중역들의 눈치와 멸시를 받으며 힘들게 일했다”며 “투쟁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곧 정의였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현재의 노조는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에만 연연해하고 있다”며 “계파중심으로 가는 것에서 벗어나 멀리보고 올바른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그때처럼 노동운동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며 “그 당시는 경제성장의 과도기였고 자본의 불합리에 맞서 싸운 것이었다. 현재 울산지역 대기업 노동자들 상황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원건씨는 “요즘 노동자들은 사회공익적 개념이 약한 것 같아 아쉽다”며 “회사 역시 강성노조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된다. 끌어안아야 한다. 무엇이 그들을 화나게 했는지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건씨는 울산 노동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씨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후 현대중공업 노조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2대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당시 현대중공업 노조는 조선사업부 부위원장이던 이원건씨를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하고 128일 투쟁의 첫 출발인 전면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씨는 128일 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면서 다음해인 1989년 골리앗 크레인 투쟁의 발단이 된다.

한편 이날 강연회를 마련한 울산노사발전연구원은 지역의 노동운동을 재조명하고 합리적인 노동운동정착을 위해 이달 초 단체를 발족했다. 이 단체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옛 현대정공 전 노조위원장 10여명으로 구성됐다. 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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