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보육의 질에 관심 가져야
유아 보육의 질에 관심 가져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21 2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래에 우리 사회가 보육교사들의 아동 학대 문제로 소란스럽다. 폐쇄회로 TV에 잡힌 영상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많아야 대여섯 살의 어린 아이들인데, 장난이 심하다고 아이의 손을 끈으로 묶는 모습도 있었고, 낮잠 시간에 잠을 자지 않는다고 아이를 들어 올렸다가 침대에 패대기치는 모습도 있었으며, 김치를 다 먹지 않고 남겼다는 이유로 네 살 어린이의 뺨을 후려갈기는 보육교사도 있었다. 맞아 쓰러졌던 아이가 엉겁결에 바닥의 김치를 주워 모으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당 교사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의 습관을 고치려는 훈계 차원에서 한 일이었다”라거나, “아이들을 사랑해서 그런 것이지 폭행은 아니다”고 자신을 변명하고 있다. 학부모들과 사회의 분노가 높아지자 결국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지만, 우리는 보육교사들의 처음 변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런 변명은 그 동안 우리가 자주 들어 온 말이며, 앞으로도 계속 나올 말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두고 그 보육교사들을 꾸짖는 사람들도 기실 많은 경우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해 오지 않았는지 진지하게 물어 보고 싶다.

우리 사회는 성인 중심의 사회로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편이다. 아이들은 어른의 통제에 따라야 하고, 아이 교육에 적절한 강제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해 오지 않았던가. 게다가 해당 보육교사들은 보통 열두 시간 이상을 아이들 관리에 매달려야 했다고 한다. 물론 그것이 아이들을 짐짝 다루듯 해도 좋은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이 그 열두 시간을 별 하는 일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노는 시간, 애 보는 시간 정도로 인식하는 측면은 없었을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보육교사들도 아이들을 자신의 편의로 대하면서 자신의 일에 충실하다고 스스로 믿었던 것은 아닐까?

이번 사건의 파장은 만만치 않을 듯하다.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 전망이며, 모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 TV가 설치될 모양이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를 빌어 일을 해결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열기가 식으면 아동 보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사라지고 교묘하게 피해가기 식 재주만 생겨날 것이며, 정작 중요한 본질은 묻혀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어린이 보육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어린이 보육을 계속 개인에게만 내맡긴다면 우리 사회는 미래의 구성원들을 아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설사 어린이 보육의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그 보육의 질을 등한시한다면 함부로 보육된 이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사회에 어떤 충격으로 다가올지 모를 일이다. 어린이 보육의 질이 그 사회의 삶의 질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어린이는 매우 까다로운 존재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인격 형성 과정이기 때문에 지극히 조심스러운 대상이며, 그 행동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기도 어려운 대상이다. 신중한 품성과 함께 깊은 이해심을 갖추지 않고서는 이들을 대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보육교사들에게 막연히 부모와 같은 사랑을 요구할 일 만은 아니다. 부모라 해도 열 명이 넘는 유아를 열두시간 이상 온전히 돌볼 수는 없을 것이다.

갖가지 아동 학대 예방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아울러 보육교사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그들에 대한 진지한 재교육을 실시하며, 보육교사 양성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유아 보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넓히는 일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서상호 효정고 교사 >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