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中企지원정책 찾아 회원사와 연결 도울 것”
“정부中企지원정책 찾아 회원사와 연결 도울 것”
  • 정종식 기자
  • 승인 2015.01.20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원준 울산 중소기업협의회장, 대기업 갑질 여전… 납품단가 깎는 관행부터 고쳐야
전문·신뢰·지속성만이 중소기업이 살 길
▲ 고원준중소기업협의회장.

“우선 협의회의 기능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중소기업청이나 산업자원부가 지방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정책은 무수히 많습니다. 우리가 몰라서 그 돈을 끌어오지 못할 뿐이죠” 울산 중소기업협의회가 기존의 친목도모단체 성격에서 비즈니스 쪽으로 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달 17일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고원준 울산 중소기업협의회장(사진)을 만나봤다. 그가 협의회의 기능변화를 시도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회원사 250여개 가운데 회비를 내는 곳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신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데 누가 돈을 내 놓겠느냐고 했다. 그 동안 협의회가 회원사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야기로 들리는 부분이다.

어떻게 회원사들에게 도움을 줄 건가.

“정부부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수두룩하다. 중소기업청 쪽도 마찬가지다. 이쪽은 정부지원이기 때문에 예산만 한 건에 수억원 내지 수십억원이다. 우리가 몰라서 이 돈을 못 쓸 뿐이다. 협의회가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받아 그 돈으로 해외견학 나가고 친목이나 도모하는 방식으론 회원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고 본다. 정부 지원금을 끌어다 해당 중소기업에 연결하는 게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그래서 그는 다음 달 취임하자마자 사무국장을 한 명 선임해 그 일만 시킬 것이라고 한다. 영세업체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지원 받을 수 있는지 조차 모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업체별로 직종 목록표를 작성해 정부지원 정책과 연결되는 업체가 있으면 사무국장을 그곳에 보내 설명하고 필요하면 제반 서류까지 작성토록 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구체적으로 파악된 지원 내용이 있나.

“중기청 중앙회에 알아봤더니 지원항목이 87개나 있더라. 우리가 지금껏 몰라서 사용치 못했을 뿐이다. 협의회장은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한다. 필요한게 있으면 지역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귀찮을 정도로 달라붙을 생각이다. 회원사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하지 않나”

이 말 끝에 전임회장들은 왜 이런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중소기업협의회장은 그 자리가 순수하게 봉사하는 자리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전임 회장들 가운데 일부가 정치권과 관련돼 있었음을 고려 할 때 묘한 여운을 남기는 언급이다. 이야기를 지자체 지원금 쪽으로 옮겼다.

올해 지자체 지원금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아는데.

“지난해 약 9천만원에서 올해 3천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대폭 삭감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협의회가 올해 제 몫을 다해 내년에는 지난해보다 더 증액시킬 예정이다.”

지원금이 대폭 줄었는데 순순히 이를 인정하는 일은 웬만한 단체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인정하는 이유를 물었다. 돈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지원금을 받아 20~30명이 해외선진지를 견학하는 등 소수가 사용하는 것에 그는 회의감을 표시했다. 그보다는 회원사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에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와 중소 기업인들이 함께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한 예로 들었다. 그럼에도 지난 수년간 똑같은 목적에 똑 같은 용도로 지원금을 썼으니 지자체와 시의회가 그것을 모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래서 지원금이 깎였다고 보는 듯 했다.

그는 자신이 뽑은 다른 도시들의 지원금 현황을 보여줬다.

우리보다 인구가 조금 더 많은 광주광역시 지원금이 3억원 이상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광역시 가운데 대전과 광주시가 협의회 활동을 잘 한다고 들었다. 회원사 하나하나를 잘 챙긴다고 들었다. 일을 효과적으로 잘 하니까 지원을 많이 해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취임하면 대구, 대전, 광주, 부산 쪽과 연락해 직접 가 볼 생각이다”

그는 나름대로의 계획도 제시했다. 우선 회비를 내는 기존 회원사를 일일이 방문하겠다고 했다. 현장에 들러 외국인 근로자, 장애인들의 실태도 파악하겠다고 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숙소건설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외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에 숙소를 건립해 저렴하게 제공하면 그들에게도 큰 보탬이 되고 근로자 관리에도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직무연수(워크숍) 코스도 일부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굳이 외국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울산, 경주에도 워크숍 할 곳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괜히 동남아로 나가 지원금 낭비한다는 소리를 들을 필요가 뭐 있느냐는 것이다.

대기업과의 상생은 어떻게 생각하나.

“대기업의 갑질은 여전하다. 중소기업이 살 수 있도록 맞춰줘야 하는데 실제론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2천원이었던 물건이면 올해는 2천100원을 줘야 하는데 1천900원으로 깎아 버린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살 수 있나. 납품대금 좀 일찍 주는 게 상생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1차협력업체에서 깎고 2,3차 업체서 또 깎는 식이니 영세한 중소기업이 배겨 낼 수 없다. 직원 인건비라도 나오면 버티는 게 중기의 상황이다”

그는 냉동기 사업을 40년 가까이 해 오는 중이다. 말끝에 지난 97년부터 2004년까지 대기업에 냉동기를 납품하다 거래를 중단한 이야기를 꺼냈다. 원가 이하로 납품가를 깎으려는 대기업의 갑질을 참다못해 뛰어나왔다고 했다. 품질보증(USO97)으로 모 대기업에 등록돼 있었지만 미련 없이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인터뷰 말미, 중소기업에 할 말이 없느냐고 하자 “경영자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합니다. 직원과 CEO가 나서는 것은 상대 구매담당자의 반응부터 다릅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중소기업이 살길은 신뢰성, 지속성, 전문성이라는 말도 덧 붙였다. 사업을 떠벌리지 말고 전문지식 하나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도 했다.

글=정종식 기자·사진=김미선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