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죽(毛竹)과 비단잉어
모죽(毛竹)과 비단잉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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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이 ‘목구멍이 포도청’인 피고용자(乙)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너 나가”식의 막말논란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정도론 해결이 어려울 것 같다. 게다가 국가 이미지에 수치를 주고, 먹칠을 했으니 국민들이 국적기(國籍機) 자질까지 들고 나오는 상황이다. “그 어떤 사죄의 말씀도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란 통 광고까지 내고 있지만 국민정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듯하다.

올해는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빠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초조해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 밑에 깊고 강건한 뿌리가 성장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것이 긍정의 힘이다. 성장 가능성과 능력은 측정 불가능한 무한대이다.

모죽(毛竹)이란 대나무가 있다.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 자생하는 큰 대나무다. 모죽은 초기성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뿌리 발육은 계속하지만 지상 쪽은 꼼짝도 않는다. 그런데 한 4~5년 후가 되면 그 때부터 하루에 30cm~70cm까지도 큰다. 뿌리발육만 엄청나게 계속하다 일시에 줄기를 키우는 특성이 있는 대나무가 모죽이다.

이같이 모죽은 일반 대나무와 달리 성장을 위해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친다. 모죽은 제 아무리 기름진 땅에 심어 놓아도 5년이 지날 때까지 아무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5년 내내 땅속 깊은 곳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철저한 준비를 한다. 하는 것은 그렇게 5년을 숨죽인 듯 세상에 뻗어나갈 날 만을 위해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에 그 거대한 위용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모죽은 5년 동안 자라지 않았던 게 아니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고가 되기 위한 공부기술과 경영능력 또한 보이지 않는 축적된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목적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모죽이 가르쳐 준다.

우리가 맞이할 환경이 어렵고 우리의 노력이 지금 당장 결실을 맺지 않을지라도 우리 모두 모죽(毛竹)의 마음으로, 기반을 다지고 다가올 기회에 대비해야 한다. 힘든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미래를 위해 조금씩 준비해야 할 때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일본인들이 즐겨 기르는 비단잉어가 처음으로 출현한 것은 19세기전후의 에도시대이다. 식용으로 길러온 잉어에 돌연변이 색이 가미된 변형잉어가 나타난 것이 최초다. 잉어의 수명은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선 70년이고 인공적인 환경과 과밀사육에선 30년이 한계로 본다. 어항에 넣어두면 10㎝까지 자라지만 연못에 넣어두면 30㎝까지 자라고 더욱 놀라운 것은 강물에 풀어주면 150㎝까지 자란다고 한다. 이는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는 코이의 습성에 기인한다고 한다.

우리의 꿈과 목표도 큰 강을 헤쳐 나갈 수 있을 만큼 원대하게 키우도록 해야만 한다.

그리고 리더는 강물에서 자라는 비단잉어처럼 자기의 패러다임 경계선을 확장해 ‘상자 밖 소통’을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심부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가장자리로 이동하여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듣지 못한 아이디어와 관심들을 듣고자 노력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발품과 귀동냥은 필수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곳은 중심부가 아니라 간과하기 쉬운 가장자리나 주변부이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모죽(毛竹)에서 배우는 기다림의 지혜와 비단잉어에서 배우는 원대한 꿈으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정국(政局)을 타개하는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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