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시간
직장인의 시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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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 때 워커홀릭을 향해 생의 페달을 밟던 나를 잠시 멈추게 하고 뒤돌아보게 만든 소중한 순간이 있었다. 일과 업적으로 충만했던 인생의 정점에서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젊고 유능한 학자가 삶의 끝에 와서야 알게 된 인생의 정석을 병상에서 썼던 한권의 책을 읽고서였다.

“나는 그 동안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수많은 ‘오늘’을 희생하며 살았다. 저당 잡혔던 무수한 ‘오늘’들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이제 나는 오늘 하루에 모든 것을 바친다. 주어진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투병 중 하루도 기꺼이 감사하다던 저자의 이 말이 폐부를 찔렀고 살아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절감하는 시점에 와 있던 나를 확인했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촉박하고 빠듯하게 살아야만 시간을 잘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일을 찾고 또 일에 매달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시간을 소중히 하며 제대로 쓰는 사람들은 심플하게 관리한다고들 하는데 나에겐 꽤 어려운 일이다. 단순하게 사는 일이 가장 단순하지 않게 느껴진다. 필자뿐만 아니라 워커홀릭 일수록, 직장에 오래 남아 있을수록 일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많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전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일중독에 관해 리서치를 한 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 결과 한국 직장인의 88%가 정상업무 시간보다 긴 시간 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직장에서 매우 몰입하고 있다고 대답한 직장인은 17%였고 42%의 응답자들은 열악한 업무 여건에 몰입도도 낮아 마지못해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답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지만 일의 효율은 낮다는 이야기로 일중독과 몰입은 크게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건만 우리네 직장인은 왜들 이렇게 일에 압박을 받으며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을 온통 일에 쏟아 붓고들 있는지.

바쁘게 일하고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서 자신의 컴퓨터만 켜져 있을 때의 그 처연한 상황에서 오는 나름의 쾌감, 자신이 남들보다 더 일을 많이 한다는데 대한 뿌듯함이 일중독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시간 관리의 부실함이 워커홀릭을 만든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서 일을 많이 하는 것과 체계적으로 하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직장인을 위한 잡지에 소개된 일중독에 빠지지 않는 직장인의 시간 관리법을 소개하자면, 먼저 일과를 시작할 때 쉬운 일부터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쉬운 일부터 처리해서 워밍업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일이 점점 늘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일과 계획은 전날에 만들면 다음날 업무 시작하는 중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오전에 조금 더 긴장 모드를 유지하고 업무 사이에는 반드시 휴식 시간을 따로 두어야 다음 일에도 집중이 잘 된다고 한다.

필자 또한 33년째 직장인으로 생활하며 더 이상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도록 소중한 시간을 심플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유효한 열쇠를 찾으려고 한다. 예컨대 인정에 이끌려 잡다한 일을 부탁받고 헤어나지 못하지 않도록 센스있게 거절하며 살기, 정리 정돈으로 효율적인 작업 환경 만들기, 일의 순서 정하기와 덜 중요한 일 통제하기 등. 그래서 올해는 여러 가지 일에 손 댈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을 짚고 제대로 마무리하는 직장 생활을 통해 소중한 나의 시간을 지배하는 능력자가 되어보고자 한다.

<오나경 약사고 교사·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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