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유학생
인도 유학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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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전공하는 인도 유학생과 한 지붕 밑에서 같이 생활한 일이 있다. 하루는 이 친구가 인도 음식을 소개한다며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손으로 먹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다. 굳이 그럴 일이 없었다. 접시에 쌀밥과 요리한 카레를 양쪽에 담아놓고, 카레를 손가락 세 개로 조금 떠서 쌀밥에 버무려 엄지손가락만 하게 만들고 이것을 그 손가락 셋으로 집어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입술 주위에 카레가 조금도 묻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한테도 해보라고 하였다. 평소에 잘 씻지도 않는 내 손이어서 그럴 수도 없었지만 안하던 짓이라 망설여졌다.

대신 라면 먹던 나무젓가락을 집어 능숙하게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인도에서 가져온 카레는 조금 매운 편이었다. 잠시 나의 젓가락 움직임을 관찰하더니 몇 살 때부터 젓가락을 썼느냐고 물었다. 밥 먹기 시작하는 서너 살(?)부터라고 그냥 지나가는 대답을 하였다. 그러는데 묻지도 않은 말을 인도 학생이 하였다. 왼손은 화장실이나 들판에서 큰 것을 보고 난 뒤에 밑을 닦을 때 사용하므로 거의 절대적으로, 사고를 당하여 오른 손을 기브스를 한 경우를 제외하고, 왼손으로 카레라이스를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미국에서도 큰 것을 보고 왼손으로 밑을 닦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아니라고 하여, 그러면 인도에서는 브라만 계급도 손으로 밥을 먹느냐고 물었다. 더불어 인도의 카스트 계급제도에 관한 설명을 부탁하였다. 인도에 관한 조금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면 힌두교에는 수많은 신이 있으며 브라만(승려) 계급 정도는 알고 있어서 다른 계급을 물었다.

목적은 다른 데에 있었다. 왕족(크샤트리아), 평민(바이샤), 노동자(수드라) 그리고 불가촉천민(하리잔)에 관한 설명을 열심히 하였다.

다 듣고 나서 인도에서 원자탄을 만들고 관리하는 계급은 누구냐고 물었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당황의 빛이 역역한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하여 너는 브라만 계급인 것 같은데 부탁이니 원자탄은 만들지 말라고 하며, 인도의 브라만 계급도 손으로 너처럼 카레라이스를 먹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원자탄도 그 브라만 계급 사람들이 관리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대답을 피하며 사회질서를 설파하기 시작하였다. 안정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계급이 있어야 질서가 유지된다는 것이었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네가 사회제도(socal system)와 질서유지(maintain order)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고 채근(採根)하였다.

인도는 오랫동안(1763∼1947), 약 100년을 영국의 식민지 교육을 받으며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했다. 마하트마 간디도 브라만 계급이며 영국에서 변호사 일을 할 정도로 영어가 유창하다. 이 물리학도가 유창한 영어로 인도의 사회제도, 계급제도의 합리화에는 필자의 더듬거리는 영어와 사회학적 기초와 정치학적 지식의 부족으로 더 토론을 하지 못했다.

수많은 신이 있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민주적인 신앙이고, 유일신은 독제자적 발상이라는 데에는 샤르트르의 실존철학과 버틀란트 러셀의 종교관을 어디에서 어떻게 끌고 들어와 힌두교를 토론할 수 없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의 무책임한 행동들을 보며 젊은 인도인 브라만 계급의 물리학도가 자꾸만 떠오른다. 아울러 인도의 계급이 세습되는 점을 왜 지적하지 못했을까 후회한다. 외형적 질서유지와 개인의 발전 가능성, 즉 신분상승의 꿈을 뭉개버린 제도의 충돌을 토론하지 못한 것이 부끄럽게 여겨진다. 지금 북한의 3대 세습을 그냥 나쁘다고만 주입시킬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자유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치고 그 논리로 인도의 신분세습이 얼마나 횡포를 부리는 것인지를 가르쳐주어야 한다. 특히 신은미와 황선에게 가르쳐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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