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靑羊)의 해 청와대 신호는 ‘푸른 신호’인가
청양(靑羊)의 해 청와대 신호는 ‘푸른 신호’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1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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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춘추관에서 12일 ‘2015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있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정치사회 전반에 걸친 대강의 구상을 밝혔다. 일만 생기면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미국 대통령과 달리 우리나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연례행사로 치러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회견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특히 올해 기자회견은 지난해 우리가 놀랍고 황당한 일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기자회견의 핵심은 정윤회 등 비선의 국정개입 문제와 연계된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이에 따른 대통령 비서실장과 소위 ‘문고리 3인방’이라 불리는 비서관들의 거취문제, 금년도 남북관계에 관한 대통령의 생각, 수형(受刑)중인 기업총수의 가석방 문제에 모아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월호 참사나 의정부 10층 아파트 화재사건, 엽기적인 가족살해, 토막 살인과 같은 대형 흉포화 되는 위험사회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주어진 시간에 이런 구체적인 사안까지 언급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대안을 찾는 부조리를 반복해 왔다. 국민들은 누군가가 이 보다 앞서 생각하고 대책을 세워 줄 것을 기대한다. 그래서 정부를 만들고 주권의 일부를 나누어 모아 대통령이란 권력자를 세운다. 때문에 대통령은 시대와 세인의 뜻있는 모든 책문에 답해야 한다. 이렇게 해 주길 바라는 게 다수 국민의 염원이지만 올해도 당장 사회적 이슈가 되는 쪽에 많은 시선이 모아졌다.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이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렇다면 올해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이와 같은 시선과 목마른 질문에 청량한 샘물이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대통령은 비선라인의 국정개입과 청와대 문건유출사건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다고 했다. 국민들에게 혼란스러움을 줘 송구하기는 하지만 사실관계만큼은 명확하다고 했다. 청와대문건을 유출한 국기문란은 잘못된 공직자 개인의 영달을 위한 조작사건임이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기 때문에 소위 ‘문고리 3인방’ 비서관에 대한 교체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영한 민정수석의 거취에 대해서도 ‘항명’이라 보지 않는다고 했고 ‘정윤회 국정개입’과 문체부 인사개입에 대한 의혹에 대해선 서슬 퍼렇게 선을 그었다. 친인척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처신을 잘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이런 대답은 비선조직은 존재하지도 않고, 국정농단은 근거 없이 영달하려는 일개 공직자가 조작한 문건이 빚어낸 파문일 뿐이기 때문에 청와대 비서진들에게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이유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집권3년차의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나온 이야기는 국정개입과 문건유출에 대한 대통령 스스로의 생각을 천명한 것일 뿐 국민들의 생각을 듣고 헤아리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또 그 밖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남북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의지 중에서 특별히 튀는 것도 없었다. 다만 집권 3년차의 의지와 열정만 보였다.

이제 막 청와대로 부터 나온 ‘2015년 대통령 신호’는 과연 청신호일까. 대통령의 생각은 분명 채도가 높은 청색인 듯 보인다. 반면 이에 대한 대응신호는 적신호는 아닐지라도 회색신호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제 남은 건 국민들의 평가다. 신년 청와대 발 신호가 청신호이면 나라와 국민은 기분 좋게 쌩쌩 달려 나갈 것이고 회색이면 나라와 국민은 나아가지 못하고 주춤거릴 게 분명하다.

박기태 한국정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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