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와 지방자치
사외이사와 지방자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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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외이사(社外理事, outside director)’란 문자 그대로 ‘기업 외부의 비상근이사’를 말한다. 매일경제는 ‘사내이사와 대립되는 용어’로 정의한다. ‘평소에는 자기 직업에 종사하다 분기에 1회 정도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해서 기업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한국의 경우 교수, 변호사, 다른 기업 경영인 등이 많이 활동한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우리나라의 사외이사 제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지난 1998년에 처음 씨앗을 뿌렸다. 지구촌을 강타한 외환위기가 그 배경이다. 17년이 지나는 동안 얼마나 건실하게 뿌리를 내렸을까.

한데 사외이사의 이미지가 그리 산뜻하지만은 않다. 원래의 순수한 취지대로 착근이 안 된 탓이다. 그러다 보니 곧잘 구설수에 오른다. ‘대한항공 사회이사’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언론인 유병필씨가 최근 ‘메트로신문’이란 매체에 글을 하나 올렸다. 그의 글은 “기업의 사외이사제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뜨거워지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의 글은 ‘땅콩 회항’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항공 사외이사들의 역할에 화살을 먼저 겨눈다. “함량미달의 세습경영을 사외이사들이 조금이라도 견제해줬으면 지금과 같은 불행한 일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주장으로 이어진다. “사외이사제는 기업의 경영감시를 통해 대주주의 독단을 견제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히려 대주주의 ‘왕조경영’을 돕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시행된 지 17년이 되어도 99% 찬성에 부결은 1%도 안 된다”고 혹평까지 서슴지 않는다.

여기서 가려내고 싶은 글귀는 ‘대주주의 왕조경영을 돕는 거수기’란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의회가 혹여 집행부의 거수기 역할에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을 제기하는 평자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먼 데 기웃거릴 것 없이 가까운 우리 울산부터 살펴볼 필요를 느낀다. 과연 울산의 광역·기초의회는 부정적 의미의 ‘사외이사’ 소리를 듣는 일은 없는지. 시민들의 선택이 가져다준 결과물이긴 해도 야당세가 꺾일 대로 꺾인 우리 지방의회들의 위상을 두고 근심스레 쳐다보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제6대 울산시의회의 경우 우려는 그저 기우일 뿐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집행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나 예산심의, 일반안건 심의에서 보여준 다선 의원들의 노련한 지적과 대안 제시는 우려를 가시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더욱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의 넘치는 의욕과 열정은 ‘여당 속의 야당’이 자생하는 토양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우려가 여전한 부분도 적지 않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제 몫의 역할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접할 때마다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 지방의회의 기능은 지역 언론과 유사한 데가 적지 않다. 올바른 견제와 감시, 그리고 건전한 비판의식도 그 대표적인 보기다. 모든 가치의 중심에 ‘시민’과 ‘공동체의식’을 두고자 하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사리사욕’은 언제나 괄호 밖에 존재할 뿐이다.

문제는 실천 의지다. 실천하려는 의지가 결여된 상태에서는 부정적 의미의 ‘사외이사’로 치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행부의 거수기’가 아닌 ‘시민의 거수기’야 말로 지방자치의 진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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