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르지 않은 친구니까요” 하차 정류장 놓친 장애학생 귀가 도운 18세 소녀들
“우린 다르지 않은 친구니까요” 하차 정류장 놓친 장애학생 귀가 도운 18세 소녀들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5.01.08 21:34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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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고 김지은·김우경·문정민·손효진·이정주
▲ 버스 정류장을 놓쳐 길을 잃어버릴 뻔한 장애 여학생을 도와준 울산동천고 2학년 학생들. 왼쪽부터 김지은, 김우경, 문정민, 손효진, 이정주.

‘지난 성탄절 아침 버스 안에서 받은 감동을 전합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승객들이 보기만 하고 나서지 않았는데 여고생들이 나서 장애인 학생을 끝까지 도와주는 걸 보고 아이들 마음이 예뻐서 글을 남깁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장애인을 모른척 하지 않고 도와주는 모습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냅니다. 요즘 아이들은 남의 일에 관심도 없고 도와주는 일은 싫어하는데 이 아이들을 통해 희망을 봤습니다. 어른으로서 반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달 울산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한 시민의 글이 올라왔다. 여고생들의 예쁜 마음을 혼자서 알고 넘기기엔 아쉬워 함께 나누기 위해 글을 남긴다고 했다.

칭찬 주인공은 북구에 있는 울산동천고등학교 2학년 김지은, 김우경, 문정민, 손효진, 이정주 모두 5명이다. 학교를 통해 찾아낸 이들은 수줍음 많은 여느 여고생과 다르지 않았다.

“버스 안 사람들이 아무도 장애 학생의 말을 듣지 않고 관심을 보이지 않아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엄마를 만나 다행이라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 칭찬까지 해 주실 줄 몰랐어요.”

이들은 지난 성탄절 아침 북구에서 남구 울산대학교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오랜만에 친구들과 나들이에 나선 참이었다.

버스가 중구 태화루를 지날때 쯤 한 여학생이 이미 한참 지난 정류장으로 가냐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장애를 가진 듯한 이 여학생은 횡설수설이었다.

우경양과 친구들은 장애 여학생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뒷 좌석에 같이 앉아 천천히 대화를 나눴다. 이름은 뭔지, 집은 어디인지, 어디로 가는 길이었는지, 엄마 연락처는 있는지 등을 차례로 물어 장애 여학생의 엄마와 전화 연락이 닿았다.

이들은 장애 여학생과 함께 울산대학교 정류장에 내려 15분 가량 어머니를 함께 기다렸고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려 보냈다.

김우경양은 “우리와 같은 또래인 장애인 친구를 도와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며 “이렇게 칭찬까지 해주시니 앞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더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장애를 가졌을 뿐 우리 또래와 다르지 않은 친구를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양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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