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 읽기
영화 ‘국제시장’ 읽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0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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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의 피날레는 가족모임에서 예닐곱살 정도 된 주인공의 손녀딸이 ‘굳세어라 금순아’를 부르는 대목부터이다.

반전이기도 했던 이 장면은 주인공이 평소에 늘 이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했다.

영화는 흥남철수작전 장면부터 시작한다. 소년은 흥남부두의 아수라장에서 아버지와 막내 여동생을 잃었다. 소년은 부산 국제시장을 중심으로 피난살이를 이어가며 자수성가했다.

그렇게 강인했던 주인공도 남모르게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주인공의 일대기는 광부·간호사 파독, 월남전 참전, 이산가족찾기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겹쳐 펼쳐진다. 그래서 관객이 영화에 쉽게 동조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에 ‘좌파’니 ‘우파’니 분류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이 영화에도 ‘군사독재정권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재단하는 시각이 있다. 앞서 흥행에 성공한 어느 영화에는 ‘좌파 미화’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넣으려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심각하다. 영화를 우선 ‘좌’ 또는 ‘우’로 분류하려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좌’와 ‘우’는 같은 무게를 지닌 개념이 아니다. ‘우’는 절대선이고 ‘좌’는 절대악이라는 인식이 기본이다. 물론 반대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공직생활을 했던 선친은 정부시책이라면 적극적으로 따르는 것을 좌우명처럼 여기셨다. 그렇다고 특별히 애국심이 탁월하다거나 당국에 협조해서 반대급부를 기대하는 어른도 아니었다.

당신의 논리는 간단했다. “우리는 일제 때 창씨개명하라면 일언반구도 못하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시책에 옳으니 그르니 토를 다는 사람은 도대체 어느 나라 백성이냐?”라는 것이었다.

선친은 그렇게 정부에 순응했다. 아마도 삼선개헌과 유신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에도 찬성표를 던지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친은 ‘우파’ 또는 ‘보수주의자’였을까?

당신은 해방된 우리나라의 정부를 돕는 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하셨다. 그렇게 하는 것이 신사참배를 하고 황국신민선언문을 낭독했던 굴욕을 조금이라도 씻는 길이라고 생각하셨는지도 모른다.

필자도 초등학교 때 ‘파월장병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위문편지를 정성껏 썼던 기억이 있다. 반공웅변대회에 나가서는 목청껏 공산주의자를 규탄하기도 했다. 그러면 필자는 ‘우파’인가?

그 시절에는 모두가 그렇게 살았다. 영화 ‘국제시장’도 그 시절을 살아냈던 한 피란민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동감 또는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우선 좌우분류의 칼질부터 해대는 논객들의 사유체계가 척박하고도 천박하게 보인다.

영화에도 나오는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흥남부두에서 피란민 1만4천여명을 싣고 남하했다. 이 배는 화물선이었다. 승선정원은 60명에 불과했다. 무기와 군수품이었던 화물을 포기하고 피난민들을 태웠던 것이다. 승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있을 리 없었다. 이곳에서 사흘간의 항해 중에 다섯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고 전한다. 피란민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이 배에 오른 이유는 오로지 눈앞의 죽음을 면하고자하는 생존본능뿐이었다. 그리고는 죽지 않기 위해서 살았던 것이다. ‘좌’, ‘우’ 살필 겨를이 그들에게는 원초적으로 없었다.

강귀일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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