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청양(靑羊)’해에 바란다
을미년 ‘청양(靑羊)’해에 바란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0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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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청마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청양(靑羊)띠 을미년 새 해가 솟았다. 돌이켜보면 지난해는 상처와 갈등 그리고 의혹으로 점철된 한 해이었다.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는 상처를 입었고 헌정사상 초유의 통진당 해산 심판을 통해 갈등을 경험했다. 연말에는 국정농단 의혹이 짙은 ‘청와대 문건유출’이라는 청기누설 (靑氣漏泄)사건이 있었다.

결국 우리는 역사의 수레바퀴로 돌아 온 120년 전 갑오개혁의 위대한 정신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승화시키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2014년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흔적은 결코 간단치가 않다. 정치, 경제, 사회를 할퀴고 가면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난제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역사에서 실패는 곧 새로운 성공의 기회이었음을 수많은 사례들이 명증해 주고 있다. 청마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청양’의 푸른 해가 다시 솟았다. 양은 온순하고 공동생활에서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습성을 지니고 있어 인류와 더불어 오랜 기간 동안 동반자였다. 더구나 올해 양은 푸름을 상징하는 ‘청양’이어서 진실, 성실, 화합을 상징한다. 진실로 우리가 바라고 바라는 게 진실과 성실, 화합 아닌가. 올해는 해방 70주년이자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 되는 해다. 우리는 그 세월 동안 초고속 성장기적을 이루어 냈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다. 그리고 우리가 겪는 모든 모순은 분단에서 기인한다고 할 정도로 남북분단과 긴장은 역사발전의 최대 장애물이 돼 왔다.

그래서 남북 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평화통일은 우리 민족의 최대 염원이며 인류적 과제로 남아 있다. 새해 벽두부터 남북의 최고지도자들이 남북화해의 물꼬를 트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과업은 권력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민족 전체의 공통적 염원이자 과제이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이런 염원을 희석시키기에 충분하다. 여야의 지속적인 대립과 갈등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총선을 1년 가까이 남겨둔 현 시점에서 벌써 사생결단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인기전략적인 몽니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당분간 남북화해를 위한 발걸음이 늦춰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

정치세력 간의 대승적 나라사랑, 국민사랑이 최선의 총선전략임을 알아야 한다. 집권 3년차임에도 국정운용에서 탄력을 받지 못해 현 정부는 초조하고 답답할 것이다. 스스로 ‘비선 정권개입 의혹’을 털어내고, 컨트롤타워가 무너졌다는 세간의 우려를 통치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현 정부가 내건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은 집권3년차에서부터 서서히 성패의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실패한 정부로 낙인찍힐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지 않으려면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우리 경제에 답부터 내놓아야 한다.

상실된 성장 동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우리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극단적인 양극화가 빚어낸 ‘갑의 횡포’를 제어할 사회적 장치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각종 대형사고가 빈발하고 날로 흉포·엽기화 돼가는 위험사회를 구출할 대안도 필요하다. 2015년 청양은 이래서 숨이 차다. 하지만 우리는 진실과 성실, 소원하고 희망한다. 상처와 갈등 그리고 의혹을 말끔하게 씻어 양처럼 평화롭고 따뜻한 나라가 되게 해 달라고.

박기태 한국정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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