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0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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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요즘 성황리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내가 겪어온 지난 세월이 그곳에 녹아있었다. 눈물도 흘리고 웃기도 했다. 영화는 그 시대를 살아온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 이 후 세대들에겐 그들의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영화 끝 무렵에 흘러나오는 “아버지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너무 힘들었어요”라는 마지막 대사는 아직도 가슴을 울린다.

어떻게 해서라도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가장들의 의무감과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지도자의 집념과 바른 결단, 투철한 애국심, 애국적인 기업인들, 불철주야 일에 매달린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GNP 66불의 최빈국에서 60년 만에 2만5천불의 세계12대 수출 강국의 반열에 올랐음을 그 영화는 보여 주고 있다.

근년에 와서 우리 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다시 위기를 느끼고 힘을 합치면 그 어떤 장애물도 넘을 수 있는 요건과 경쟁력을 이미 우리는 갖추고 있다. 최근 한 외국 경제연구소는 2030년 한국이 세계 5대 경제대국이 된다는 전망을 내 놨다. 실제 우리는 반도체수출 일등국가다. 전 세계인 평균 3명중 1명이 우리가 만든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그뿐인가.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230여국에 80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그리고 올 4월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 자동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대형선박의 43%가 한국산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 회사들이 외국에서 따낸 공사대금은 70조원이고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세계 7위이다. 외국 경제전문기관이 우리를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는 것도 큰 무리가 아닐 정도다.

하지만 도약에 앞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몇 가지 있다.

무엇보다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요즘 정치가는 없고 정상배들만 있다는 이야기가 나 돈다. 나라경제야 어찌되든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데 정신이 쏠려 있고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 공약을 마구 남발해 서서히 나라를 망치는 정치인들이 문제다. 기업인들을 존경하고 감사하는 풍토도 만들어야한다. 우리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인이 정치를 잘해서가 아니라 기업가들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그럼에도 조금만 잘 못하면 그들을 감옥에 가두고 나라경제를 위해 그들을 가석방하자고 하면 유전무죄라며 벌떼처럼 일어나는 게 우리네 정서다. 나라살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인들은 쉽게 석방하고 불구속하면서 정작 국가경제의 주체들에겐 왜 그리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가.

노동자들도 달라져야한다. 지난해 해외기업이 국내에 투자한 금액을 보면 중국이 1천239억 달러로 가장 많고 홍콩 766억 달러, 싱가포르 637억 달러 순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122억 달러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보다도 적다. 외국기업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는 이유를 분석했더니 임금은 높은 반면 생산성은 낮고 노조가 강성이란 게 주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가 없어 ‘건강 하세요’ 다음으로 많은 신년 인사가 ‘취업 하세요’일 정도다. 외국기업이 많이 들어와야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창출된다. 그런데 이것을 강성노조가 막고 있다. 그뿐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 해외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이런 고질적인 병폐부터 고치지 않으면 영화 ‘국제시장’이 쌓아 놓은 공든 탑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김용언 길메리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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