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이 습관
새해 맞이 습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5.01.04 1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롤러 코스터의 ‘습관’이란 노래가 있다. 가사는 이렇다.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 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습관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사전에서도 습관이란 저절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 말해준다. 우리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너무나 뜬금없이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얼마 전 지인의 개인전에 갔다가 아는 선생님을 만나 함께 뒤풀이 장소로 갔다. 거기에는 작가분의 친구이자 나와 뒤풀이 장소로 함께 갔던 선생님의 친구 분들이 몇 있었다.

그 중 필자의 옆자리에 있던 중년의 남자는 필자를 의식하며 자신의 동안(童顔)에 대해 너스레를 떨며 농담을 이어갔다. 딱 봐도 우리 아버지뻘 같은 그분은 자신이 30대니 어쩌니 하더니 화제를 바꿔 역사에 대해 얘기하는가 싶더니만 갑자기 주막에 대한 얘기를 시작한다. 결국 그 테이블에 있던 중년들은 주막과 주모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음담패설에 시동 거는 소릴 듣고 있자니 슬슬 불쾌해지려는 찰나, 나와 동행 했던 선생님이 내 눈치가 보였는지 나의 소개를 해주신다.

그러자 자신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필자가 강의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옆자리 중년 남자는 갑자기 태도가 바뀌더니 성실한 아들과 유능한 딸 자랑을 시작으로 아내 자랑으로 마무리를 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의 남성들은(물론 소수이겠지만) 이상한 습관을 가지게 된 듯하다. 즐거움과 재미를 부자연스러운 곳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평소 젊은 여성들을 대해왔던 습관이란 게 참 무서운 거다.

최근 몇 년 동안 참으로 많은 중년들이 ‘한방’에 가셨다. 어느 날 갑자기, 너무나 뜬금없이 그분들이 그랬을 것 같진 않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단지 여느 때와 같은 ‘습관’이었을지 모르겠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중 21세 여성인턴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그랬고, 23세 캐디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지만 성추행은 절대 아니라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그랬고, 베이비로션이 필수 아이템이던 바바리맨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그랬으며, 2008년부터 지난 7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여학생 9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기소 된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모 교수가 그랬다. 며칠 전에는 상사가 여직원에게 ‘자고 가라’고 말하며 손목을 잡은 것은 성추행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손목정도라 성추행으로는 인정이 안됐다지만 이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는 건 누구나 인정 할 것이다.

2015년 을미년 양의 해가 밝았다. 양은 성격이 착하고 유순하며 무리지어 살면서 화목하고 평화롭게 사는 동물이라 한다. 부디 올해에는 서로가 융합하여 조화로운 사회, 건전하고 밝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타인에게 피해주는 그런 습관은 버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겐 너무 어려운 얘기겠지만.

이하나 화가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