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교훈을 되새기며
소중한 교훈을 되새기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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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4년, 갑오년도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저물어 간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보람 있었던 일, 또는 아쉬움으로 남은 일 따위를 헤아려 보기 마련이다. 필자도 오늘 이 칼럼을 쓰며 차분히 한 해를 되돌아보는, 감회에 젖는 시간을 가져본다.

우선 울산제일일보 애독자 여러분들과의 ‘무언의 약속’을 지켜 나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김부조 칼럼’부터 헤아려 본다. 40여편에 이른다.

그러나 ‘분량만큼 내용에 충실했는가’라는 자문에는 흔쾌한 답변을 내놓기 어려울 듯하다. 개인의 생각이나 주장을 글로써 잘 전달한다는 작업이 그리 쉽지 않음의 반증일 것이다. 쓸수록 어렵고 조심스러운 것이 ‘글’임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먼저 한 해 동안 이어온 칼럼의 제목들부터 꼼꼼히 살펴본다. 그 가운데서 유난히 필자의 눈길을 끄는 칼럼은 역시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다.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의 경우’와 ‘이 땅에서 다시는’이라는 제목의 두 칼럼 속에는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참담했던 당시의 상황이 필자의 절절한 표현을 빌려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어린 학생들과 제대로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도대체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이 안겨준 커다란 실망감 때문에 분노하는 그들에게 대체 어떤 말로 위로해줘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반드시 지켜야 할 매뉴얼이 상실된 ‘대한민국호’의 부끄러운 한 단면을, 세월호 참사가 고스란히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가 냉철히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이 대목을 다시 읽은 뒤 정부의 재발 방지책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뭔가 미흡하다는 생각에 필자의 가슴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세월호 사건의 충격에서 모두가 헤어 나오지 못해 힘들어 하던 바로 그 5월. ‘국민검사’로 불리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의 덫에 걸려 국무총리 지명 엿새 만에 자진사퇴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초대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지명 닷새 만에 옷을 벗는 인사 참사(?)가 있었다. 그 뒤로도 인사 문제의 불협화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급기야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도 청문회 절차를 거치지 못한 채 결국 낙마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줄줄이 빚어지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 내용에 친일(親日)의 뉘앙스가 담겨 있다는 의혹이 일자 “교회라는 특정 장소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어서 일반인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며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은 유감이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변명 쪽에 더 가까워 보였던 그의 말은 “아무리 교회 안에서 한 종교적 발언이라 하더라도 국민 정서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는 국민의 질타를 불러오고야 말았다.

문 후보자의 낙마 사태로 우리는, 고유한 민족사를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쪽으로 기운 무책임한 발언은 마땅히 저지되며, 그 책임 또한 발언자가 져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바로 그 무렵 필자는, ‘부적절한 발언과 국민의 정서’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낙마’에 대한 소견을 밝힌 바 있다.

인사가(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크게는 한 국가로, 작게는 한 조직에까지 두루두루 적용되는 말이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그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을 뽑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을미년 새해에는 국가지도자의 미흡한 인사로 나라가 시끄러워지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한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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