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내음 가득한 포항
바다 내음 가득한 포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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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말만 들어도 낭만이 깃든다. 바다는 커피. 추억, 그리움 등 많은 감성들을 불러일으킬 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바로 포항 바다도 그렇다. 숨어있는 포항의 진주를 찾아보자. 호남하면 ‘홍어 삼합’이라고 한다. 이에 어깨를 견줄만한 먹거리가 영남에도 있다. 바로 ‘포항 과메기’다. 동해안선을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바다를 향해 툭 튀어 나온 장기반도에서 구룡포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 가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끝도 없이 꽁치들이 대나무에 걸려 꾸덕 꾸덕 말려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이곳이 구룡포가 자랑하는 과메기 덕장이다.

왜 이곳의 과메기를 전국 최고로 인정해 주는지 아는가. 답을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구룡포 지역 일대는 차가운 북서풍과 바닷바람이 다각적으로 교차하기 때문에 온도·습도·바람 등 최적의 건조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른 이유도 있다. 옛날 이 지역에서 청어가 많이 잡혔다. 과메기는 원래 청어를 새끼줄로 엮어 동해의 겨울 찬바람에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꾸덕꾸덕 말린 것이다. 60년 이후부터 청어가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꽁치과메기가 인기폭발이다. 비린내가 덜 난다는 것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과메기 말고도 애정을 덧댄 먹거리가 또 있다. 전국의 미식가와 애주가들이 포항으로 몰려드는 이유 중의 하나. 바로 포항 죽도시장이다. 서울의 남대문·동대문시장을 비롯 전국 5대 재래시장으로 손꼽힌다. 세상의 모든 맛을 한 자리에서 후루룩 맛볼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죽도시장은 미로처럼 골목길이 얽혀있다. 의류면 의류, 해산물이면 해산물, 건어물이면 건어물, 먹자골목, 떡집, 한복집이 꽉 들어차 있다. 구경만 해도 에너지가 팍팍 쏟는다. 더 재미있는 것은 시장 상인들의 사투리다. 웃음이 빵빵 터진다. “아따 아지매 좀만 더 주소”, “마이 주는 거라 카이까네요. 알았니더. 담에 또 오소.”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죽도시장의 가장 큰 핵심은 회골목이다. 무려 200여곳이 있다. 어부들의 패스트푸드였던 물회. 고기잡이에 바빴던 어부들이 훌훌 털어 먹은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달콤시큼하고 좀 맵기도 하다. 3천원의 추억 수제비 골목도 100% 만족 여행에 보탬이 된다.

가까운 곳으로의 볼거리를 찾으면 구룡포 근대문화 역사거리가 있다. 이 곳에 발을 들여 놓으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일본식 가옥들이다. 100여년 전의 시간과 공간이 그대로 멈춰 서 있다. 일제 강점기 때, 가가와현의 고깃배들이 부(富)를 축적하기 위해 구룡포로 몰려 들었다. 1932년 이 곳에 30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니 얼마나 부흥기였는지 잘 알 수 있다.

이 거리를 가장 쉽게 보는 방법이 있다. 구룡포 우체국을 왼쪽으로 두고 골목길을 들어서면 건물마다 옛날 사진과 설명이 즐비하다. 걸으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배경들이 쉽게 이해가 된다. 건물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호호면옥’은 당시 으뜸가는 숙박시설이었고 ‘후루사토’는 80여년 전 인기 있었던 요리집이었다. 그 시대를 기억하고 싶진 않지만 남아있는 우리의 흔적이니 그대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 포항으로의 여행! 이곳은 이 겨울에 물러설 자리가 없다. 차라리 따뜻함으로 만나 버려라.

<신순애 연두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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