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일반고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일반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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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일반고는 학력향상과 생활지도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사실 학력향상의 결과는 매년 수능 및 명문고 합격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생활지도의 결과는 학업중단학생의 숫자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에 연루됐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상태에서 자율형 고등학교, 특수목적고와 똑같이 수능을 목표로 해야 하는 일반고는 현실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에 봉착한다. 학생의 자질, 스마트폰 관리, 야간자율학습 찬반문제 등이다.

요즘 일반고 학생의 학습능력은 과거 학력고사 시절 인문계 학생 학력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중학교에서 학력이 우수한 학생은 대부분 우선 지원과 선발을 통해 특수목적고 등에 진학하고, 전문계고에서 성적미달로 탈락한 학생까지 일반고에 입학하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일반고 역량강화 연구학교 결과보고에서 울산지역 일반고 입학생의 약 17%정도가 기초학력이 부족하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학생들의 자질이 이렇다보니 학력향상이전에 기본생활지도도 어려운 것이 일반고가 처한 현실이다. 하지만 일반고도 학교구성원 및 프로그램 운영에 따라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중학교에서 올라온 학생의 자질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원인론’보다 맞춤형 진로집중교육과정의 도입과 같은 일반고만의 정체성을 찾아 학교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계발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스마트폰 관리문제도 이에 포함된다. 우선 수업시간이나 자율학습시간에 사용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신중하게 강구해야 한다. 무조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학생들이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방어 기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학기 초에 학생투표 및 학부모 동의를 통해 아예 휴대폰을 학교에 갖고 오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 뒤 이를 어기면 벌점을 부과하고 2차 경고를 받으면 학부모 상담을 추진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일반고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것도 문제다. 학교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다수 일반고가 현재 야간자율학습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야간자율학습을 많이 시킨다고 해서 학생들의 수능점수가 높아지거나 명문대 입학학생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입시전략이 다양해지는 현 상황에서 정규수업이 끝난 뒤 모든 학생들을 일률적으로 방과후 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에 참여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학생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입학이나 전공영역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무조건 참여보다 더 효율적이고 유익할 수 있다.

경기 은광여고에서 2015학년도 수능 만점자 4명이 나왔다. 특목고나 자율형고교가 아닌 일반고라는 점에서 일반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본보기다. 은광여고는 180여석의 자율학습실을 갖추고 분기별로 희망 학생들에게 ‘자율학습 계획표’를 받아 고정좌석제를 운영했다고 한다. 출석부를 만들어 출결 사항을 체크하고 출결상태가 나쁘면 중간에라도 퇴출할 수 있게 운영하는 반면 성실하게 이용한 학생들에게는 상을 줘 자연스럽게 면학 분위기를 유도했다고 한다. 울산 일반고도 이러한 제도를 벤치마킹해 맞춤형 진로집중교육과정을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직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특히 자율학습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단위로 대규모 자율학습실을 갖추고 자체운영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기다 교사들의 열정, 그리고 학생들의 성실한 자세가 더해진다면 2016학년도 수능에서 일반고도 우수한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갑수 대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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