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수평적 관계… 직위·직책 호칭 않는다’
‘우리는 모두 수평적 관계… 직위·직책 호칭 않는다’
  • 정종식 기자
  • 승인 2014.12.1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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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울산 카네기 총동문회장
▲ 김영배 카네기클럽 동창회장.

상대방에 대한 ‘비난·비판·불만’ 토로하지 않고

결과보다 과정 경청하는 카네기 철학 실천 필요

요즘 대학생들 스펙 쌓는데 몰입, 인간미 갖춰야

“우리는 모두 수평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위, 직책을 호칭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김기현 시장님 대신 김기현 님이라고 부른다” 권위의식을 배제한다는 이야기다. 또 이것은 겸손, 배려, 양보와 통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단체에는 정·관계 출신 인사가 거의 없다. 회원 대부분이 인간경영 분야 종사자들이다. 지난 8일 취임한 김영배(사진)울산 카네기 총동문회장을 만나봤다.

데일 카네기는 미국의 철강 왕 앤드류 카네기와 다른 사람이다. 통상 ‘카네기 클럽’하면 철강완 앤드류 카네기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데일 카네기는 재벌도, 정치가도, 고급관료도 아니었다. 1888년 미국 미주리 주에서 태어나 사범대학교를 졸업한 뒤 교사, 세일즈 맨 등 다양한 사회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야말로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912년 ‘인간 관계론’을 발간했다. 이후 그의 저서는 논픽션 부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저서를 통해 사람을 사귀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과 기술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카네기 연구소를 설립했다. ‘데일 카네기 코스’ 를 이수한 사람들이 만든 단체가 바로 ‘카네기 클럽’ 즉 카네기 총동문회다. 울산 카네기 연구소는 2002년 1기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지금까지 546명이 이수했다. 졸업생만 클럽회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이 어느 날 내가 좀 달라졌다고 하더라. 전 보다 좀 더 경청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생겼다고 했다. 2009년 카네기 코스를 이수하면서 얻은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회사에서 직원들을 대할 때도 카네기의 인간관계 3원칙을 적용하려 애쓴다” 김 회장이 말하는 ‘3가지 원칙’은 상대방에 대해 비난, 비판,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것이다. 그 보다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고 솔직하게 경청하는 게 상대방에 다가가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회장의 설명이 너무 이상적이고 윤리적이다 싶어 “말처럼 쉽게 실천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더 기본적이다.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것은 간단하다.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윤리 도덕만 잘 지켜도 우리는 상대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문제는 가장 쉬운 일인데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회장이 내건 내년 캐치프레이즈는 ‘어게인(again) 열정 카네기’다. 정기세미나, 친목 행사 등 작은 모임을 통해 회원들의 결집을 다지는 한편 카네기 졸업생들에게 재수강(리뷰)을 권장한다는 계획이다. “시간이 지나면 열정이 조금 식기 마련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 진다. 그래서 다시 옛날 카네기 코스 시절의 열정으로 되돌아 갈 필요가 있다. 우리에겐 카네기 연구소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 열정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젊은 층에 ‘카네기 코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카네기 연구소가 운영하는 코스는 청소년, 일반, 최고경영자(CEO)과정 등 3개 코스다. “지금 대학생들 사고(思考)는 고교 때 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 좋은 일자리를 갖는데 초점이 모아져 있다. 외국어 연수, 토익·토플 점수 올리기에 정신이 팔려있다. 스펙 쌓는데 만 온 힘을 기울인다. 이러니 인간미가 결핍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사는데 어떻게 점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가. 그런데도 배려, 양보, 겸손보다 어떻게든 더 돋보이려고 애쓴다. 최근 대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스펙보다 인간관계에 우선을 두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런 연장선에서 울산 카네기 연구소는 울산대 화공과에 강사를 보내 인간관계에 대한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인위적인 것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스펙을 쌓도록 하기 위해서다.

울산 카네기 연구소는 오는 30일 CEO 과정 37기생 20명을 배출한다. 1기수는 매주 1회씩 총 12회 교육을 받는다. 이미 졸업한 사람들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재수강 할 수 있다. 1기에 20명이라면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오히려 많은 셈이다. 교육과정이 강사가 가르치는 쪽으로 짜여져 있는 게 아니라 한 사람씩 자신의 경험, 에피소드, 느낀 점을 앞에 나와 직접 설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 정도 교육기간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다른 단체들이 한 기수에 수십명, 수백명을 수용하는 것과 다른 이유다. 연구소가 문을 연지 12년이 지났지만 회원이 500여명 남짓한 이유도 알만 하다.

카네기 클럽은 자기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최고경영자, 자영업자, 금융권 종사자들이 주로 카네기 코스를 이수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일신테크 심규훈 대표, 현대증권 곽정욱 화봉지점장, 영신화학 박일욱 대표 등이 그들 중 하나다.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사람을 상대로 하는 CEO들이다. 인터뷰 말미에 김 회장은 카네기 회원 자랑을 하나 했다. “카네기 동문들 가운데 욕설하는 사람을 지금껏 한명도 못 봤다. 전화하는 걸 옆에서 들어도 그렇다. 그래서 카네기 출신들은 다가가기 쉽다. 이쪽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들어오는 데 이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김 회장은 아주 평범하지만 가치 있는 말도 덧붙였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익한 말엔 솔깃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짜증부터 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건 특히 대인관계로 살아가는 사람에겐 치명적이라고 했다. 결과만 듣고 결정하지 말고 그 과정을 경청하도록 하는것이 카네기 코스의 기본 철학이라고 했다. 또 가끔 상대방이 잘못했을 경우에도 이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가리켰다. “카네기에 들어 온 뒤 많이 사람 됐다”고 했다. 전엔 그렇지 않았느냐고 묻자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글=정종식 기자·사진=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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