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마지막회-13. 아- 다라여(5)
137 마지막회-13. 아- 다라여(5)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1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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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대형 방패막을 최대로 이용해서 성첩으로부터의 공격을 피하면서 성벽 아래 땅을 파기 시작했다.

성벽 아래 땅을 파서 성벽의 일부를 무너뜨리는 전략인 것 같았다. 진수라니왕은 적이 성벽 밑을 파서 성벽을 무너뜨리는 전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공성법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 놈들에게 집중적으로 공격하라!”

왕은 목이 터지라고 고함을 지르며 군병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아무리 화살이 날아가도 방패막 안은 멀쩡했다. 적은 성안의 전술을 교란시키기 위해서 사다리를 통한 진입을 더욱 강화했다. 기어오르는 동안 화살을 맞거나 성첩에 올라서는 순간 칼을 맞고 성 아래로 떨어지는 병졸들이 수도 없는데도 계속해서 사다리로 적병들을 올려 보냈다.

“전하, 성벽이 무너졌습니다. 적들이 그리로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호위대 군장이 외치는 소리와 동시에 와-하는 함성이 들렸다. 진수라니는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적군들이 성안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들의 진입을 막으려는 아군 군병들이 칼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몰려드는 수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제 전투는 성안에서 백병전으로 바뀌게 되었다.

하나를 죽이고 하나가 죽는 싸움에서는 살아남는 쪽은 수가 많은 쪽이다. 용맹하고 잘 훈련된 다라 군병들의 전투력은 훨씬 뛰어났으나 수적인 면에서 열세였다. 신라군은 4천 명이 넘는 병력이었으나 다라국의 병력은 3천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서로 베고 베는 싸움은 해가 질 무렵까지도 계속 되었다. 이미 땅 바닥엔 쓰러진 적군과 아군의 시체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깔려 있었다.

쓰러진 병사들의 시신을 바라보는 진수라니왕은 도저히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막강했던 다라의 병사들이 수적 열세에서 밀리어 신라군의 칼을 맞고 비참하게 쓰러진 현장을 지켜보는 왕의 마음은 피를 토하고 싶었다.

다시 적의 병졸 몇 명이 군기고 쪽으로 몰려갔다. 왕은 군기고를 지키는 군병의 등 뒤에서 공격하려는 신라군을 향해 활을 쏘았다. 호위 군병이 칼을 휘둘러 두 명을 쓰러뜨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진수라니왕 옆에 있던 상수위 아사비의 가슴에 화살이 날아왔다. 말을 타고 있던 상수위가 말에서 떨어졌다.

신라군 하나가 칼을 들어 쓰러진 상수위의 목을 내리쳤다.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진수라니왕은 앞이 아찔했다. 호위 군병 하나가 칼을 들어 적병의 목을 후리 쳤다. 놈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진수라니왕은 상수위의 죽음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적들의 마지막 공격이 더 거세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신라군들이 질러대는 환호성이 들려왔다. 전투가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왕자는 어디에서 적과 싸우고 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왔다. 옆에서 호위하던 군병 하나가 앞으로 쓰러졌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앞에 신라군 두 명과 맞붙어 싸우고 있는 군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진수라니왕은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활을 쏘아 두 명의 신라병을 쓰러뜨리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무엇이 왼쪽 얼굴에 와서 박혔다. 따끔하다는 느낌이었는데 피가 흘렀다.

갑자기 의식이 흐릿해지면서 앞에 사물들이 흐늘거렸다. 뭐라고 외쳤는데 말은 움직이지 않았다. 신라군의 환호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면서 스르르 눈이 감겼다. 적군의 환호소리가 졸음처럼 혼곤히 몸을 휘감았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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