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현상은 지역산업의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실질적인 요인도 적지 않다. 더 좋은 직장을 위해 취업을 계속 미루는 사람,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뛰어넘지 못해 취업을 잠정적으로 포기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동안의 고용 없는 성장과 노동시장과의 스킬 미스-매치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게다가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눈높이도 고용부진의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실무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지 못한 반면 청년들은 본인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업은 신입사원을 재교육시키는 데 불필요한 비용을 쏟고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대학교육 이외 스펙을 쌓느라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일·학습병행제’다. 일·학습병행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과 스위스의 직업학교 방문을 계기로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하고,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과제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추진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는 유럽의 ‘도제제도’를 우리 현실에 맞게 설계한 ‘일 기반 학습(work-based learning)’ 교육훈련제도이다. ‘선취업 후진학’으로 기업현장에서 필요한 실무형 인재양성을 위해 청년 취업희망자를 채용하여, 일을 담당하게 하면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일터 중심의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일정의 교육훈련을 이수한 사람에겐 역량 평가를 통해 자격 또는 연계 학교의 학력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기업은 현장훈련을 실시하고, 대학의 ‘듀얼공동훈련센터’에서는 현장 외 훈련을 실시한다. 일주일에 3-4일은 기업에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학에서 수업을 받는 형식이다. 이러다보니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기술교육이 직접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업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일·학습병행제는 단독기업형과 듀얼공동센터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는 기업이 단독으로 교육훈련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현장훈련과 현장 외 훈련을 실시하는 형태이다. 후자는 교육훈련을 직접 운영할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공동으로 훈련하는 형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학습병행제는 연말까지 1천개 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이미 2천여 개를 뛰어넘는 등 기업들의 관심과 반응이 뜨겁다. 현재 울산의 일·학습병행제에는 단독 기업형 34개, 공동훈련센터형 18개 기업이 최종 선정되었다. 학습근로자는 각각 335명, 92명이다.
울산지역은 해마다 증가하는 청년 취업난 해소와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가 지역의 시급한 과제다.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는 지난 8월 14일 일·학습병행제 ‘듀얼공동훈련센터’ 운영기관으로 선정되어 지역 참가기업의 프로그램개발과 교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나아가 학습근로자의 현장 외 훈련도 실시한다. 향후 참여기업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직종을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따라서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는 한국식 도제교육의 메카로서의 역할 확대와 듀얼공동훈련센터의 선도적 모델이 되어 지역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여 능력중심사회로의 초석을 다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박광일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