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의 세 딸
재벌가의 세 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1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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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이야기다. 어느 점심 휴식시간, 저 멀리 교정 입구 교문에 3명의 선배 공군사관생도가 위풍당당하게 교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 어깨에 걸쳐진 파란 망토가 바람에 날려 빨강색으로 펄럭이면서 교차했다. 그 모습이 너무 멋져 당시 고3이었던 필자는 순간적으로 저런 씩씩하고 멋진 사관생도가 되겠다고 결심해 버렸다. 그 때는 선배들이 사관학교를 홍보하기 위해 모교를 방문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돼 있었다. 중학교 단짝친구와 공사 시험을 봤지만 결과는 필기시험 통과, 신체검사 불합격이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한 10가지 정밀 안과검사에서 불합격했다.

최근 SK그룹 회장 둘째 딸의 해군장교 임관이 화제다. 외조부인 노대통령의 뒤를 이어 군인의 길을 걷는다고 하는데 11주에 걸친 교육과정을 마치고 해군소위 계급장을 단 그녀는 14주 동안 함정교육을 이수 한 후 함정에 배치된다고 한다.

통상 재계 총수 일가의 여성들은 그룹 내 사업체를 물려받거나 명품 숍, 갤러리 등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그녀의 행보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새로운 전형으로 신선한 화제가 된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중국에서 국제학교가 아닌 일반 중고등학교를 다닌 그녀는 베이징대 입학 후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거의 받지 않았다. 사설학원, 레스토랑,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 만큼 자립심이 뛰어나고 검소하다.

특히 대학시절 소수민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활동도 병행해 화제가 되어 주위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받은 재벌가의 딸이다.

다른 또 하나의 아름다운 선행을 소개하자. 올해 초 딸의 졸업식으로 서울에 다녀온 적이 있다. 오랜만의 가족모임이라 겸사하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남산 자락에 있는 S호텔에 들어섰다.

커피숍에서 여유로이 앉아있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났다. 순간 출입구 회전문이 찌그러지면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소스라치게 들렸다. 이 사고로 몇 명이 다쳤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82세 고령 할아버지 택시기사의 부주의로 인한 급발진 사고였다. 그날도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내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벌이를 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형편이 어려운 이 할아버지한테 주어진 변상금은 놀랍게도 5억원. 재벌가의 딸은 임원에게 집을 방문하여 상황을 보고하라고 했다. 주소를 찾기 어려울 만큼 낡은 어느 빌라의 반지하층에 몸이 성치 않은 할아버지가 홀로 누워 있었다. 이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오너는 나중 모두 변재했다고 하는 훈훈한 이야기다.

이와는 다른 K항공회사의 딸에 관한 사건이다. 최근 미국공항에서 이륙하려던 비행기가 예정시간보다 늦게 출발했다. 이유는 일등석에 타고 있던 그녀에게 서비스로 제공되는 견과류를, 뜯지 않고 봉지째로 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사무장과 서비스 문제로 언쟁이 벌어지자, 화가 난 그녀는 그를 당장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소리쳤다. 이륙하려고 준비하던 비행기가 견인차에 이끌려 회차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간혹 정비문제나 승객 안전문제로 회항하는 경우는 있지만, 개인적인 일로 견인차에 이끌려 돌아오는 경우는 항공법상 있을 수 없다. 오너의 귀감이 되는 태도이기는 커녕 국제적인 망신살을 자초했다.

이와 같은 가진 자의 횡포도 있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새로운 전형이 되는 일들도 많다. 모든 분야에서 귀감이 되는 선행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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