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회-13. 아-다라여(3)
135회-13. 아-다라여(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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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다시 앞이 아찔해졌다. 그러고 보면 신라에 투항했던 동생의 일도 그렇고, 신라의 종자와 내통했던 왕비의 일도 의심스러웠다.

‘비(妃)의 일도 일부러 그렇게 꾸민 것은 아닐까? 신라의 끄나풀들이 다음의 왕이 될 나를 밀어내기 위해서 은밀하게 꾸몄다는 말이 아닐까? 30년을 내통하면서 다라국의 정세와 국왕의 기침소리 하나까지 시시각각으로 신라의 조정에 보내며 신라의 지령을 받아왔던 그 놈이 꾸며낸 사건을 아닐까?’

왕은 스스로의 생각에 놀라서 치를 떨었다. 그러나 왕은 이제 그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하한기 비조지는 이미 자취가 보이지 않았다. 전황에 신경을 쓰느라 하한기의 존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하한기가 한 번도 정전에 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이미 그가 신라 군영으로 건너갔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적은 이미 괴야성에 와서 대치하고 있을 것이 아닌가? 이제 괴야성을 사수하는 길 밖에 없다. 당장 후방 산성의 병력을 철수하여 괴야성으로 집결시키고, 궁성의 호위군마저도 함께 괴야성으로 이동하게 하라. 내가 직접 그리로 가서 적과 맞서겠다.”

왕은 호위군 군장을 불러 황우산성과 무태산성에 긴급하게 명령을 하달했다. 그리고 자신은 갑옷과 투구를 챙겨 무장하고 문을 나섰다. 호위군들은 이미 성 밖에서 말을 타고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괴야성으로!”

왕은 앞서서 외쳤고 호위군 소속 기병들이 함께 소리치며 말고삐를 잡았다.

괴야성에 도착했을 때 적의 병력들이 일단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적은 성 앞 5리 정도 떨어진 벌판에 머물러 있었다. 곧 성을 공략할 시기를 엿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무태산성과 황우산성에서 온 병력이 도착했다. 진수라니왕은 이동해온 병력을 요소요소에 배치하여 명령을 기다리게 했다. 진수라니왕은 상수위와 둘째 왕자, 그리고 지휘 군장들을 불러 모아 작전을 점검했다. 그리고 데리고 온 호위군의 군장을 시켜 밤 시간 동안 성첩과 선내의 순찰을 강화시켰다.

성문의 지키는 군병의 수를 배로 늘리고 두 명의 군장을 배치하여 성문 경계를 강화하였다. 진벌성에서의 일을 거울삼아 성을 내부적으로부터 감시하는 일을 강화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곳에도 분명 신라와의 화친을 바라는 군장과 군병들이 많이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일단 전세가 불리해지면 적으로 넘어가거나 싸우지 않고 항복해 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이탈자들은 주로 야음을 이용할 것이기에 야간 내부 경계를 강화시켰다.

“야간 시간에 제 자리를 이탈하여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잡아오라.”

진수라니왕은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성 내부의 곳곳에 비밀리에 경계병을 매복시켰다. 이제 문제는 적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적은 어느 시기가 되면 여러 가지 형태로 공격해 올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게 했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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