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회-13. 아- 다라여(2)
134회-13. 아- 다라여(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1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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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라니왕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보냈다.

그런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불과 이틀 만에 함락되고 말았다는 비보를 전령이 가지고 왔다.

“첫째 왕자님과 일부 군장은 포로가 되고 이수위는 투항하였사옵니다.”

전령은 숨이 차서 입에 거품을 물었다.

“뭐라고? 뭐라고 하였느냐? 다시 한번 말해 보라!”

왕은 둔기에라도 얻어맞은 듯 멍한 눈으로 전령을 바라보았다.

“전하, 황공하옵니다.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럴 리가 없어!”

왕은 벽력 같이 고함을 질렀다. 왕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마치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어나갈 듯이 문을 걷어찼다. 그리고는 칼을 뽑았다.

“이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놈! 투항을 하다니, 감히 이 나라를 배신하고 투항을 하다니!”

왕은 제 정신이 아니었다. 거의 광분의 상태였다. 왕은 다시 한번 정전의 출입문을 발로 걷어차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분을 삼키지 못하고 길길이 뛰던 국왕은 다시 돌아와서 제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한참 만에 고개를 들고 전령을 바라보았다.

“그래, 마지막 상황을 상세히 말해 보라.”

겁에 질려 바닥에 바싹 엎드려 있던 전령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했다.

“이튿날 밤이 되어서도 아군은 사기를 잃지 않고 돌아가며 번을 서며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었사옵니다. 첫째 날 밤 적의 공격에 대비하여 밤을 새웠던 군병들이 이튿날 밤에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였사옵니다. 이수위 무도치께서 파수를 서는 병력을 제외하곤 다음날을 대비하기 위해서 잠을 자라고 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단 말인가?”

국왕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리고는…… 새벽녘에 혼자서 성문을 열었습니다.”

“무도치 그놈이 제 손으로 적에게 성문을 열어주었단 말인가?”

왕은 다시 한번 놀랐다. 얼굴이 일그러진다. 왕은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놈이, 그 놈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믿었던 그 놈이 나를 배신하다니…….”

왕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거의 삼십 년의 세월 동안 함께 하며 자신을 보좌해왔던 이수위 무도치가 자신을 배반한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어전 회의에서 신라와 친화를 주장하는 하한기와 맞서서 왕의 뜻을 대변하며 강력하게 친신라 정책을 반대했던 그가 성문을 열어주고 투항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놈이 삼십 년 동안 나를 속였단 말인가? 삼십 년 동안이나 신라와 내통하며 나라의 모든 기밀을 일러 바쳤단 말인가? 그렇다면 놈은 진파라 하한기 그놈과도 한 패거리였다는 말이 아닌가?”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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