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학들은 ‘취업 전쟁’ 중
지금 대학들은 ‘취업 전쟁’ 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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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종편 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는 ‘미생’ 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장그래’를 통해 비정규직의 실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굳이 매스컴을 들먹이지 않아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은 거의 모든 기업에서 매일 발생한다. 청년 취업 쪽으로 가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지방대 출신들의 취업이 어렵고, 지방 전문대출신 취업은 더더욱 어렵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만큼 지방 전문대 학생들의 취업을 지도하는 지도교수의 입장도 어렵다. 필자가 소속된 전문대학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2014년 2월 졸업 예정자 취업률은 지난 6월 1일 기준 70% 정도다. 실제 취업률은 이 보다 더 높지만 취업해서 근무해도 지난 5월31일까지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으면 이를 취업률에 산입하지 못하는 게 현행 대학취업률 계산 방식이다. 필자가 소속된 학과는 비교적 취업이 잘되는 편이어서 올해 92.3%를 달성해 교내에서 취업률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취업지도를 하는 교수의 입장에서 취업시키는데 어려운 학생들의 유형이 있다. 첫째는 회피형이다. 취업 이야기만 하면 자신 없다고 도망치는 학생이 이에 속한다. 이런 학생들은 취업 안내는 물론이고 취업시키기도 정말 어렵다. 전공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취업 시기가 임박하니 두려워서 이러는 것이다. 둘째는, 자만형이다. 대기업이나 특정한 직장만 바라보는 형이다. 자신은 수준이 높고, 기업에서 선호할 자격을 갖추었으니 조건 좋은 곳을 골라서 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다른 동료 학생들이 대부분 취업하면 당황해서 그때서야 어떻게든 취업만 되도록 해달라고 부탁을 해 온다. 이런 학생도 취업지도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마지막은 무기력형이다. 첫 번째 회피형과 유사하지만 취업이 문제가 아니고 삶에 대한 애착 자체가 거의 없는 학생들이 이 경우에 속한다. 취업지도를 위해 연락을 해도 반응이 없고 면접에 참석하지도 않는다. ‘취업을 꼭 해야 하나, 부모들이 해결해 줄 것인데’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지금까지도 대부분 그렇게 살아 온 사람들이다.

지도교수가 취업 처에 연락해 면접시일을 잡아 놓고 학생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해당 학생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래도 걱정이 돼 면접 당일 아침에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 시간 보다 10분 전에 도착하라고 당부한다. 서류는 제대로 챙겼는지, 면접할 때 주의사항과 요령을 다시 지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면접 끝나면 반드시 결과를 알려 달라는 당부도 빠트리지 않는다. 하지만 며칠 지나야 겨우 연결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대학도 학생취업률이 대학평가에서 핵심지표이기 때문에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사전에 시행한다. 심지어 고급 호텔에 투숙시켜 1박 2일 동안 취업 합숙훈련도 실시한다. 이미지 메이킹 교육, 면접 요령은 물론이고 밤늦게까지 ‘자기소개서’ 작성을 독려하며 일대일로 교정 작업도 거친다. 학생과 지도교수가 밤 12시까지 세미나실에 앉아 소개서 문장을 고치고, 면접할 때 발표하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 이력서에 부착하는 증명사진은 이마와 귀가 분명히 보여야 적극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사진 한 장 한 장까지 점검한 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재촬영을 시킨다. 이렇게 ‘머나먼 여정’을 거쳐 한 사람의 직장인이 탄생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학생들을 취업 시킬 수 있다는 것은 지도교수의 큰 기쁨이다. 그러나 취업을 하려면 전공지식은 물론이고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직업 기초소양 교육도 더불어 필요하다는 사실 정도는 학생들도 알아야 한다.

<윤주은 울산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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