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의 기적
‘문화융성’의 기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1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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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융성’이 화두다. 올해 정부 문화정책의 핵심 기조도 ‘국민이 체감하는 문화융성 실현’이었다.

‘문화융성’의 첫 번째 목적은 국민생활의 질 향상에 있다. 하지만 문화산업 활성화는 경제성장의 신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뒤따른다.

한국 산업화의 첨단도시인 울산도 ‘문화융성’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산업화 초기였던 197~80년대의 울산은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었다. 인적, 물적 자원이 모두 부족했다. 그리고 배고픔을 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던 시절 ‘문화’는 오히려 사치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내년 개관 20주년을 맞는 울산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북구와 울주군의 문화예술회관, 올해 개관한 중구 ‘문화의 전당’ 그리고 현대예술관이 문화예술의 거점 역할을 훌륭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울산박물관을 비롯해 대곡박물관, 암각화박물관, 장생포고래박물관, 울주민속박물관, 옹기박물관, 외솔기념관, 해양박물관, 울산대학교박물관이 개관돼 있다. 또 충렬공박제상기념관, 오영수문학관 등도 박물관 등록을 준비 중이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과 시립미술관도 건립될 예정이다.

지난해 출범한 문화융성위원회는 올해부터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운영했다. ‘문화가 있는 날’은 정부가 직접 문화행사를 여는 것보다 다양한 문화행사를 알리고 지속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 성격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이 정책을 큰 재원 부담 없이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하는 눈치다. 관련 내년예산도 증액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정책일 수밖에 없다.

수요(需要)가 있는 곳에 공급(供給)도 있다. 수요량이 늘면 공급량도 늘어나고 따라서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문화의 수요를 늘리면 문화의 공급도 늘어나고 문화산업의 범위도 넓어지는 것이다. 곧 ‘문화융성’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문화의 수요를 어떻게 늘리느냐는 것이다.

학교에서 문화예술을 감상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필자도 학창시절에 음악과 미술을 배웠다. 하지만 음악과 미술을 감상하는 능력을 충분히 익히지는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예술이 어렵다.

한국 남자치고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축구경기를 밤잠 안자며 시청하는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여자는 그렇지가 않다. 오죽했으면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축구 얘기’와 ‘군대 얘기’라고 했겠는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릴 때부터 즐겨왔기 때문이다.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 반대이다. 접해 보지 않으면 즐길 수가 없는 것이다.

문화를 접해보지 않은 시민들에게 공연 관람을 유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어릴 때부터 충분히 문화의 감동을 받으며 성장한 시민들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문화공급이 부족하면 문화갈증을 호소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론은 간명하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 감상의 기회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충실히 진행한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와의 차이는 명약관화하다. 물론 결과가 더디게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고 게을리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장기적인 ‘문화융성’ 정책은 문화예술 교육에 그 해답이 있다. 산업화와 생태환경 복원의 기적을 이미 이룬 울산에서 ‘문화융성의 기적’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강귀일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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