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에 앞서 지도자의 책임의식부터
안전 불감증에 앞서 지도자의 책임의식부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7.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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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했을 때, 응급조치를 재빠르게 수습하는 것도 조직체 구성원의 능력이지만 더 높은 수준의 능력은 사고를 예방하는 능력이다. 회사에서 노·사 분규가 발생했을 때 사측에서 어떤 간부가 적자를 보면서 불법적이라도 응급조치를 취하여 회사를 가동시키면 그를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간부는 노·사 분규에서 교육적 차원이 필요하면 당장은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여도 근본적 치료를 하여 장차 분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적 조치, 교육을 시키려고 한다면 대개는 그를 무능력자로 취급한다. 그런 원론적인 것을 모를까봐서냐는 것이다. 이런 간부는 대개 보수·꼴통, 융통성이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며 대화가 통하지 않는, 아첨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다음 인사 때 퇴출당하는 경향이 많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울산에서 이런 일로 퇴출당한 임원은 상당히 많다.

‘예산은 빡빡하고, 인력은 부족하고, 있는 직원마저 실력이 없고, 에라 모르겠다. 오늘 하루만 잘 넘겨다오.’ 이런 투정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런대도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해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여, 그 근저에는 제대로 된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위계(位階)가 있는 사회의 여러 조직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계장, 과장, 국장, 사장으로 두 명 이상이 있을 때, 한 사람은 자의건 타의건 지도자의 위치에 있게 된다. 해서 지도자의 위치에 있게 되면 그 집단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할 책임이 주어지며, 이에 따른 권한도 부여 된다. 한마디로 상과 벌을 시행할 수 있다. 여기에 플러스알파로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키가 크건, 콧수염이 멋있건, 악기를 잘 다루건, 도덕성이 강하건, 인정이 많건, 덕망이 높건, 그리고 골프를 잘 치건(최소한 이븐을 칠정도?) 특징이 있어야 끌려간다. 지도자에게 카리스마가 있어야 나머지 사람들은 기꺼이 추종자가 되어 때로는 손해도 감수하고, 때로는 이익도 나누어 갖는다.

29일, 울산정밀화학센터의 화재는 사고예방을 위한 꼴통·보수의 지도자 역할이 부족한 데에 있다. 원리·원칙대로 하는 꼴통·보수의 작업태도가 거칠기 그지없는 일부 작업자의 눈치를 보며 밀려났기 때문이다. 화학 약품을 다루는 곳에서 안전교육은 가장 중요한 일이고, 이런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첫 단계는 전기를 다루는 일이다. 실험용 테이블 설치과정에서 여름에 에어컨을 켜놓고 밀폐(?)된 장소에서 가스누출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서 불꽃이 튀길 수 상황을 방치했다면 작업감독을 맡았던 지도자의 책임을 먼저 따져야 한다. 가스 안전을 다루는 주 대상에는 LNG, 수소, 헬륨, 질소, 아르곤이 들어간다. 여기의 두 번째가 수소이다. LNG와 더불어 화재, 폭발사고의 위험 대상이다. 이번 사고는 울산의 다른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지도자는 귀가 간지러울 때 시원하게 긁어주는 귀이개 같은 사람도 버리지 않고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지만(너무 후비다가 염증이 생길 수도 있음), 발바닥에 박힌 가시를 뽑아주는 족집게 같은 사람도 조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잘 못 짚으면 다른 곳도 물어서 다침) 귀이개는 응급조치이고, 족집게는 곪지 않게 예방조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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