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과 실’
‘바늘과 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0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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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과 실’이란 말이 울산시의회에서 나왔다. 정확히 전하자면 지난 4일 오전 교육연구정보원을 비롯한 울산시교육청 직속 10개 기관에 대한 예산안 심사 때 교육위원회 소속 허 령 의원(3선)의 입에서 나왔다.

“의회와 집행부는 바늘과 실입니다. 한쪽이 없으면 안 됩니다. 예산 편성은 여러분들이 하시지만 의회가 승인을 안 해 주면 10원도 못 씁니다.”

허 의원은 이날따라 매우 격앙돼 있었다. 큰 체구가 받쳐주는 우렁찬 목소리는 상대를 제압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몇몇 교육청 직속기관 수장의 답변 태도가 못마땅하다고 느낀 때문일까. ‘바늘과 실’ 발언에 앞서 그는 이 말부터 던졌다.

“누가 돈을 떼먹었다고 했습니까? 잘못됐다고 했습니까?”

몇 대목 뒤에 그는 이런 말도 남겼다. 어조는 ‘타이름 조’로 바뀌어 있었다. “정말 좋은 분위기 속에서 같이 묻고 대답하고 묻고 대답해서 ‘아이구, 어렵습니다. 그것은 위원님, 까시면(깎으시면) 안 됩니다. 그것은 다 주셔야 됩니다. 명년부터는 더 도와주십시오. 더 있어야 됩니다.’ 이렇게 가는 것이 정답 아닙니까?”

사실 ‘교육의원 제도’가 살아있던 제5대 때만 해도 더했으며 더했지, 지금만큼 수월치가 못했다. 시의회 4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저녁 끼니 넘기기를 밥 먹듯 하던 위원회는 교육위원회 말고 더 어디 있었단 말인가. 교육위원들의 질문공세 또한 얼마나 까다로웠는데….

한데 제6대 의회 들어 또다시 ‘시어머니’를 만난 기분이 됐다. 어쩌면 시어머니보다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노련한 3선 의원이 △△정보원장을 향해 던진 질타는 ‘꼼수’ 성격의 예산 편성을 겨냥하고 있었다. 작심하고 날린 카운터펀치였을까. 허 의원을 진짜 화나게 만든 것은 강사수당 미지급 관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산관리 예산의 ‘분산편성’이었다.

“OO교육원도 마찬가지지만 □□연수원도 보면 4천789만7천원을 열 몇 군데에다 쪼개놨어요. 이렇게 쪼개는 데가 어디 있습니까? 분리발주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잖습니까?”

예산의 분산편성은 입찰계약이 아닌 수의계약을 노린 꼼수라는 지적을 그는 하고 싶어 했다. 수의계약의 기회를, 그것도 한줌도 안 되는 지역 영세 업체에게만 주다 보면 교육의 질적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지론을 그는 펴고 싶어 했다.

“언성을 안 높여야 되는 자리에서 언성을 높이도록 만드시면 안 되고요. 우리가 어떻게 여기 있습니까? 시민을 대표해서, 집행기관이 집행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여기 앉아 있는 것이지, 우리가 (예산을) 삭감해서 사리사욕이나 채우려 한다고 보십니까?

B 원장이 한참 만에,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질문자의 분을 가라앉히는 답변이었다.

“2015년부터는 저희들이 통합계약을 하려고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죄송합니다.”

‘바늘’이 ‘실’을 향해 마무리 발언을 건넸다.

“원장님께서도 오해하시지 말고. 잘 좀 해보자는 뜻으로 이야기했으니까, 그런 식으로 좀 받아들여 주십시오. 제가 고성이 있었던 부분, 전체 직속기관장님들이 이해를 좀 해주시고요.”

<김정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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