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농악’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농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2.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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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9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연합전문기구인 유네스코(UNESCO)는 지난 달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9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를 위한 정부간 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농악’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세계무형문화유산보호를 위한 정부간위원회(24개국)는 “농악이 다양한 형태와 목적으로 여러 행사장에서 공연됨으로써 공연자와 참가자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점에 주목했고 농악이 세계의 유산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가시성을 높이고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들 간의 대화를 이끌어 내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에 농악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농악은 원래 굿을 가리키는 말로 전통시대 민간에서는 굿, 매구(매귀), 풍장, 풍물, 두레 등 지방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농악’이라는 용어는 원각사의 협률사라는 단체가 처음 사용했는데 ‘농악’이라고 통칭하게 된 것은 8·15 해방 이후 국악 정리 사업이 이루어지면서부터다. 이 명칭은 일제의 ‘조선혼 말살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제는 조선 문화, 특히 민속 문화에 관한 조사사업을 통해 무속종교가 한국인의 삶을 지배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민간 무속신앙은 가장 중요한 탄압대상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공동체를 형성, 유지하는 장치역할을 해온 마을 굿을 철저히 제지했다. 그러다가 1920~33년 ‘산미증식계획’을 실시하면서 농업장려운동의 하나로 두레 굿만은 허용했다. 이런 사정으로 굿하는 단체들은 농악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신청을 해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민간생활의 다양한 형태에서 공동체를 형성했던 장치기구인 굿은 농업에 관련된 음악으로만 국한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꽹과리·징·장구·북의 4가지 타악기를 기본으로 여기에 태평소와 나발 등 관악기와 그밖에 버꾸 등이 곁들어지는 농민음악을 ‘농악’이라 부른다.

필자는 지난 기고에서 전통문화의 복원과 가꾸기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이제 울산도 우리지역의 무형문화재를 복원하고 가꾸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야 한다. 문화융성시대를 맞아 국정목표로 문화가 정치, 경제 등과 함께 나라를 부흥시키는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적 사회적 발전 못지않게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것 자체가 나라를 부흥시킨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문화를 풍성하게 할 수 있을까.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옛것을 알면 새것의 이치를 안다’는 옛 성인의 말씀처럼 전통문화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복원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 지금이라도 무용, 연극, 국악 등 관련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세계가 우리나라 농악을 무형의 문화유산으로 인정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이제 우리가 나서 이를 보급하고 교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차례다. 다행스러운 것은 울산에도 농악(풍물)을 모태로 활동하는 단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상당수 기업과 학교에는 풍물놀이 단체가 결성돼 있다.

특히 울산 풍물인공동체는 각 단체들이 할 수 없는 대규모 농악놀이를 공동체 이름으로 이어왔고 울산 농악을 찾기 위해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관련 자료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국을 떠나 이제라도 우리는 지역의 농악을 복원하고 발전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울산지역의 풍물꾼들이 다시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농악’을 보존하고 지키는 자리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김성연 중구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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