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장애인, 그리고 미술전
울산, 장애인, 그리고 미술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3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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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누구보다 울산시의회 박영철 의장을 먼저 초대하고 싶었다. 전시회 첫날 팸플릿을 들고 의사당 4층 의장실을 찾아갔다.

박 의장은 다음날 시청 신청사 1층 전시실을 답례로 찾아주었다. 그녀의 의중을 꿰뚫었겠다, 도움 줄 수 있는 길을 여러 갈래로 생각했다. 집행부의 예산지원 부서에도 몇 차례 문의 전화를 했다. 새해 당초예산안에 올려놓을 묘책이 아직은 보이지 않았다. 우선 격려의 말로 그녀를 위로했다.

‘울산장애인미술협회 회장’이 쉰 줄에 갓 접어든 그녀-김미라 씨의 공식 직함이다. 신청사 1층 갤러리에서 펼쳐 보인 것은 ‘꽃물천, 빛과 바람의 이야기’란 이름의 여덟 번째 회원전. 다름 아닌 천연염색 전시회였다.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내리 일주일을 세냈다. 내친 김에 12월 첫 주(1∼5일)도 몽땅 예약해 놓았다. 이번엔 ‘그림 향기전’이란 이름의 아홉 번째 또 다른 회원전이다. 유화, 수채화, 도자기에 ‘천 아트’도 선보인다.

두 전시회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주최자가 똑같이 ‘울산장애인미술협회’라는 점이다. 이 고유명사 한마디에 많은 것들이 녹아들어 있다. ‘울산’이 들어가고 ‘장애인’이 들어가고 ‘미술’도 들어간다. 늘 나오는 회원은 열대여섯 남짓이지만 등록회원은 쉰 명이 넘는다.

“모두 울산 분들이죠. 중구, 북구는 물론 덕신(울주군)서 오시는 분도 있으시고.” 김 회장의 설명이다. 지난 주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이 많이 갔던 작품은 ‘하모니’란 이름의 수공예 대작 2점. 100개도 더 넘는 색동 바늘꽂이가 장애 회원 여럿의 손길을 거쳐 아름다운 하모니로 승화한 작품이다. 한 작품은 벌써 새 주인을 찾았지만 이어지는 전시회에선 한 번 더 감상의 기회가 주어진다.

화제는 다시 당장 1일 문을 여는 ‘그림 향기전’으로 돌아간다. 팸플릿 속의 주인공들을 그녀는 차례로 소개해 나갔다. “이분은 대학생 때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분이고, 이분은 정신, 이분은 지체, 저분은 청각, 저분은 발달 장애가 있고요, 또 저분은 사흘에 한 번은 투척을 받아야만 하는 분이죠.”

김미라 회장은 요즘 큰 고민 하나가 두통처럼 남아있다. 회원들의 예술혼에 불을 지펴줄 스무 평 남짓한 작업공간을 하나 구하는 일이다. 전세 500만원, 달세 65만원에 3년간 신세졌던 북구 연암동의 작업공간은 지난 9월로 계약이 끝났다. 자비도 적잖이 냈지만 차라리 그때가 더 좋았는지 모른다. 회원들은 그녀 말마따나 요새 갈 곳이 없어 “붕 떠 있는” 느낌이다.

문화예술, 복지정책 부서를 번갈아 접촉해 봤지만 어느 분 지적대로 영락없는 ‘핑퐁 신세’다. 문화는 복지로 가봐라, 복지는 문화로 가봐라 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장애인문화협회가 생기면 거기다 보조금 좀 달라 해봐라”는 조언이 들어왔지만 단박에 내키는 일은 아니다.

대구서 학교를 나온 김미라 회장은 원래 전공이 ‘사회복지’다. 울산미협 서양화분과 회원이긴 해도 관심의 중심은 오히려 사회복지 쪽이다. 그녀의 고민 보따리가 한번 더 풀린다. “사업계획서 내서 재료비 건지는 건 얼마든지 자신 있지만 문제는 작업공간이에요. 월세 내는 것도 너무 부담스럽고.”

울산장애인미술협회가 그녀의 갈망대로 작업공간을 서둘러 마련할 수 있을까. 장담은 금물이지만 온통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울산시의회 박영철 의장에 이어 환경복지위원회 송해숙 의원도 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정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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