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간화(走馬看花)
주마간화(走馬看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2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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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달리는 말을 타고 꽃구경 한다’ 는 뜻으로 구당서(舊唐書)맹교전(孟郊傳)에 전하는 이야기이다.

중국 당(唐)나라 때 시인 맹교는 자(字)가 동야(東野)이고 호주(湖州)무강(武康, 지금의 절강성)출신으로 46세의 늦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나이50에 이르러 벼슬길에 올랐다. 그가 남긴 유자음(遊子吟: 길떠나는 자식의 노래)이란 시는 효에 대한 대표적인 시로 뭇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이 시를 짓고 5년이 지났을 때 ‘등과 후(登科後)’란 시를 지었는데, 그 시의 마지막구절에 ‘춘풍 득이 하여 말발굽 나는 듯 하니, 하루아침에 장안의 꽃구경을 다 하는 듯 하였도다(春風得意馬蹄疾, 一日看盡長安花)’란 내용이 있는데, 주마간화(走馬看花)란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또 일설에는 옛날 절름발이 총각과 코가 삐뚤어진 처녀가 있었는데, 둘은 비록 몸은 장애지만 장차 훌륭한 배우자를 만나 재미나게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각기 유명한 매파를 찾아가 중매를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자 매파는 그 두 사람을 부부로 맺어주기 위해 둘을 서로 대면하도록 주선하면서 절름발이 총각에게는 말을 타고 달려오게 하고(走馬), 처녀에게는 꽃을 들어 코를 가리게 하여(看花) 두 사람을 부부로 만들어 준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이 말은 ‘사물을 관찰 할 때나 일을 처리할 때 신중을 기하지 않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겨버리거나 졸속하게 처리하면 우한을 남기게 된다’ 는 것을 의미한다.

며칠 전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실시한 후 출제된 문제에 오류가 발생해 수험생들의 대입 전형에 큰 혼란을 가져오게 됐고, 이로 인해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제도의 존폐를 거론하는 등 사회전체를 온통 혼란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교육 현장이 이 같은 폐단에 빠지기까지는 지난날 위정자들과 그 수하들의 조급한 성과 지향적, 실적위주의 정책 추진이 그 시초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1960년대 말 군 출신 인사가 교육수장에 등장해 우리교육을 천지개벽하듯 바꾸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국민교육헌장’이란 타이들을 내걸고 행사 때마다 서두에 낭독하게 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또 그해 입시전형을 3개월여 남겨놓고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입학 예비고사’라는 선발제도를 만들어 당장 시행토록 했다. 이렇게 우리의 교육현장을 한바탕 뒤흔들어 놓은 것을 시작으로 1970년대 초에는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고교 평준화를 급속으로 단행해 대도시 주변을 중심으로 고입선발고사를 없애 버렸다. 어디 그 뿐인가. 그 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로 이리고치고 저리 주무른 게 교육제도다. 그렇게 학생들을 온통 그들 아이디어의 시험도구로 이리 몰고 저리몰아 넣는 통에 사교육만 대폭 늘어나 결국 오늘날 이 같은 폐단을 초래하게 됐다.

공자는 그의 제자 자하(子夏)가 거부지방 지방장관으로 부임하게 되자 “무슨 일이든 조급하게 하려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지 말며, 빨리하다보면 일이 이루어짐이 없고, 작은 이익 보게 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 不達 見小利大事不成)”며 경계의 말을 전했다. 자로편(子路篇)에 나오는 말이다.

사회관습이나 제도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다듬고 키워 나가야 하는 것이지, 개인이나 일부 무리들의 일시적 착상만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충분한 검증도 거치지 않고 주마간화(走馬看花)식 수박 겉핥기로 하루아침에 등장시키거나 퇴폐시키는 일은 결국 우리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정서를 황폐화 시킬 뿐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점을 결코 잊어서 안 된다.

<노동휘 성균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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