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건강과 꿈
중년의 건강과 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27 1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주 전, 고향 울산을 다녀왔다. 올해 들어 세번째의 방문이었다. 첫번째는 추석을 앞두고 선산의 벌초를 위해서, 두번째는 문중 형님의 혼사 참석을 위한 방문이었다. 나날이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에서의 삶은 잦은 고향 방문을 허락지 않는 터라 울산행 열차 승차권을 거머쥐는 순간, 나의 가슴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 차오르곤 했다. 그런데 이번 세번째의 방문은 이런 기대나 설렘과는 거리가 먼,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이루어졌다. 그것은 죽마고우의 부음(訃音) 때문이었다.

울산중앙병원 장례식장. 내가 문단에 발을 들여 놓을 때까지 조용히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해준 그 친구는 이미 고인(故人)이 되어 있었다. 뛰어난 문학적 소질을 타고났으나 가정 형편상 실업계로 진학한 그는 문단 데뷔는 하지 않았으나 진솔하고 인간미 넘치는 문장들로 늘 나의 부러움을 샀다. 내가 퇴직한 뒤에는 울산으로 내려와 다시 ‘글친구’ 하며 여생을 즐기자던 그는, 무엇이 그리도 바빴는지 그만 나를 앞서가고 말았다.

간경화에 따른 각종 합병증으로 2년을 투병한 그는 더 이상 생명의 끈을 잡을 힘이 없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와 결혼을 앞둔 딸, 아들을 남겨 두고 갔으니 편히 눈이나 감을 수 있었을까. 슬픔을 참아내려 애쓰는 ‘남겨진 사람들’을 앞에서 나는 그저 속울음만 삼켜야 했다.

2년 전 이맘때에는 서울에 살던 고교 동창이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뒤 보름 만에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갑작스런 비보에 동창들과 지인들이 안타까워했던 순간이 바로 엊그제처럼 생생하다. 과중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고, 평소 높았던 혈압과 잦은 음주로 그에게는 이미 건강의 적신호가 켜져 있었으나 이를 간과한 것이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우리의 삶에서 건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가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치열한 생존경쟁의 시대에서 정신없이 앞만 보고 내달리다 보면, 자칫 소중한 건강을 잃게 되는 불행을 맞이할 수도 있다. 특히 인생의 중년기에 건강을 잃게 되면,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주게 된다.

40대 남성 사망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에서 보듯 한국 중년남성의 건강 적신호는 이미 켜진지 오래다. 한국의 중년은 불안한 날들을 헤쳐 나가는 ‘과로사 예비군들’이라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중년에는 성인병의 원인이자 돌연사의 주범이 되는 고혈압·동맥경화·당뇨병 등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년의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삼가고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해야 하며, 스트레스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년을 무사히 넘기면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말처럼 평균수명까지 누리기 위한 가장 큰 고비가 바로 이 시기인 것이다. 중년에 무너진 건강은 미래의 꿈들을 의미 없게 만들 수도 있다. 몸이 망가지면 아무리 생각을 젊게 하여도 빛바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마흔 이후 30년을 힘차게 살아가고, 일흔 이후 30년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건강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노년기를 바라보며 중년의 건강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과 생각을 생활 속에 옮겨 놓을 수 있다. 하루를 즐겁게 사는 축복은 건강한 사람들의 몫이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면 나의 미래와 꿈의 크기만큼 건강도 꼭 챙겨야 한다. 꿈을 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꿈을 이루고 살 수 있는 건강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 꿈은 건강한 사람에게만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