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 할아버지
‘재봉틀’ 할아버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2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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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다용도 가방에 붙어있는 ‘멜빵’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슴에 걸쳐 있는 이 조그만 멜빵이 없으면 우선 걷기운동에 매우 불편하다.

어느 날 멜빵 길이가 짧아 동네 할아버지 옷 수선 가게에 들렀다. 70중반의 할아버지는 비록 돋보기안경을 꼈지만 아직 바느질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게다가 덜덜덜 발로 밟는 구형 재봉틀을 다루는 솜씨가 꽤나 능숙하다. 이 할아버지는 평생 재봉틀 하나로 수선하는 일에만 전념했기 때문에 거의 달인에 가깝다.

재봉틀로 만물을 수선하는 ‘재능하나’로 일생을 할머니와 같이 소일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가끔 길을 오가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여유롭게 일하는 모습은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행복감을 주는 것 같다.

잠깐 화제를 바꾸어 보자. 경기도 시흥시 어느 전통시장에서 10년 동안 ‘과일가게’를 하고 있는 27살 젊은이가 있다. 과일 하나로 놀랍게도 연매출 50억 신화를 일군 장본인이니 정말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는 어린 시절, 여러 가지 운동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소년이었다. ‘남만큼 노력해서는 남 이상이 될 수 없다’는 운동선수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사업을 할 때도 많이 나타난다. 운동선수를 그만두고 장사에 뛰어든 것은 20살 무렵. 아버지 회사가 부도나고 여자 친구의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이었다.

장사라면 살 사람, 팔 사람, 물건,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한번 마음먹으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강직한 청년이다.

또한 그의 장사비결은 남달리 ‘박리다매와 발품 영업’이다. 즉 다른 곳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제일 마지막으로 자기 매장에 들으면, 다른 곳에서 구입한 과일까지 모두 배달해 주는 소위 마트의 판매방식을 과감히 전통시장에 도입한 것이다.

더욱이 그는 ‘수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객들의 이름, 선호하는 과일, 취향, 구매 패턴 등을 꼼꼼히 기록해 둔 후 나중에 그것을 기억하여 고객을 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반드시 감동하여 다시 찾는다는 고객관리다.

비슷한 상황의 일본 젊은이를 한사람 소개하자. ‘기술자는 실력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나 밥 먹을 수 있다’는 코미야 마사토(小宮賢人)라는 청년이다.

17세에 철공소에 입소하여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철’에 바친 장인이자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기술만을 무기로 수완과 능력을 발휘했다.

철제 맞춤형 가정용품에서부터 아트까지, 철을 다루는 분야에서 그를 능가할 사람이 없을 정도다. 개인전, 미술전에 출품, 독자적 예술을 전개하여 오사카 공예협회 히라마츠 상, 이바라키시 미술전 시장상을 연달아 획득한 적이 있다.

그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성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의무적이고 강제적인 것을 매우 싫어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너는 무엇을 하고 싶으냐?”라고 묻자 뜬금없이 “철공소를 하고 싶어요”라고 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다음날 아버지 친구의 철공소에 따라가 처음으로 ‘용접’을 경험해 본다.

다른 존재였던 2개의 철이 용접에 의해 1개로 녹아드는데 그것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 더욱이 그 용접의 강력함은 논리를 넘어 큰 감동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철공소에 입소한 10년 후 그는 27세 때 비로소 독립하여 행복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다.

누구든 직업에 귀천없이 ‘남만큼 노력해서는 남 이상이 될 수 없다’는 자세, ‘재주 하나로’ 살아가는 강인한 정신 자세를 갖는다면, 세상에 무엇이 부럽겠는가?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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