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무서운 병
암보다 무서운 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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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처녀다. 우리 아들이 여기올 때 바로 오지 않고 차로 삥삥 돌아서 왔다.” 그녀는 입원 첫날밤 밤새도록 집으로 데려달라며 간호사들에게 욕을 하며 달려들었다. 이튿날 회진을 돌 때는 나를 보고 “나는 집에 가야 된다. 오늘이 우리 남편 제삿날이다”라고 했다. 75세 된 이 환자는 이곳에 입원한 많은 치매환자 중 최근에 들어 온 할머니다.

암이 제일 무서운 병인 줄 알고 있었는데 이곳에 온 뒤부터 암보다 더 무서운 게 치매임을 느끼고 있다. 암환자는 고통스러워도 죽는 날까지 지적능력은 명료하다.

하지만 치매환자는 지적능력 즉 기억력, 언어기능, 판단력과 방향감각이 상실되고 차츰 성격도 공격적으로 변해 마침내 일상적인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치매는 처음 발견한 독일 의사의 이름을 딴 알츠하이머와 중풍을 앓다 생기는 뇌혈관성 치매, 각종퇴행성·대사성·감염성·중독성 치매 등 80여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60~ 70%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나이가 들며 생기는 퇴행성변화 가운데 하나다.

기억력과 지적능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속의 부위가 이상한 단백질(아밀로이드)로 채워지고 뇌세포 사이로 각종 신호를 전달해주는 화학물질(아세칠콜)의 양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치매는 못 고치는 병이 아니다. 초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아줌으로써 큰 지장이나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치매와 비슷한 것으로 건망증이 있다. 매일 복용하는 약 먹는 것을 잊거나 복용하고도 또 먹는 정도는 건망증에 속한다.

그러나 친구와 약속을 한 뒤 수첩에 적고 나서 몇 시간 뒤 헤어질 때 친구가 “그 날짜를 잊어버리지 말라”고 하자 수첩을 꺼내들고 보고서는 “안돼, 그날 선약이 있어”라고 하는 정도면 치매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그러나 그런 치매 정도라면 치료하면 대부분 나을 수 있다.

카레가 치매에 효과 있다는 논문들을 일본이나 싱가폴 학자들이 발표하고 있는데 카레의 주원료인 강황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건망증도 아세틸콜린 대사에 관여하는 약제들을 복용하면 좋아질 수 있다. 아세틸콜린을 만드는 원료인 레시친이 많이 들어있는 콩이나 계란을 많이 섭취하면 건망증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뇌 속에 기억을 관장하는 곳 인 ‘해마(hippocampus)’는 DHA라는 지방산을 많이 함유한다. 그래서 DHA와 EPA가 들어있는 오메가 3도 기억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정어리나 고등어, 꽁치 같은 등 푸른 생선에 EPA가 많다.

반면 참치, 다랑어, 방어 등에는 DHA 가 많다. 들깨도 오메가3 지방산에 속하지만 알파리노렌산을 함유하고있다. 이것은 간에서 EPA를 거쳐 DHA로 합성되기 때문에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에는 우수한 식품이지만 기억력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은행잎으로 만든 제제도 치매치료에 시용되고 있다. 이런 식품을 평소 많이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암보다 무서운 치매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다른 장기와 달리 평소에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이 치매에 덜 걸린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공기 좋고 물 맑은 산속 소나무 아래에서 노인들이 바둑 두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머리를 많이 쓰고 비좁은 공간에 돌을 놓는 손가락 운동을 많이 하는 게 치매 없이 오래 산다는 걸 노인들이 알았나보다.

<김용언 길메리 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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