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필요하다
대학입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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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와 문제오류에 대해 말들이 많다. 유난히 올해 더 시끄러운 것은 그 정도가 심각하고 이 두 가지가 겹쳤기 때문이다. 고3 학생들이 6월, 9월에 치른 시험은 수학능력시험에 준하는 ‘모의고사’이다. ‘모의’로 쳐본다는 것은 ‘실제’시험이 이와 비슷할 것이니 이를 참고해 준비하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번 수능시험의 경우 국어와 수학과목이 모의고사 난이도와 너무 차이 나게 출제돼 수험생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출제 오류도 그렇다.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에선 오류가 없는 게 최상이다. 그러니 오류 없는 문항을 출제하기 위해 당국이 노력하고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수능이 94년 처음 시행된 뒤 20년이 지났으니 이런 시스템 정도는 갖춰져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류가 반복돠는 건 짧은 출제기간, 폐쇄적인 출제진 운영, 형식적이거나 무책임한 검토절차 등 때문이다.

그러나 오류도 문제지만 오류를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최근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출제한 입장에선 문항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작년에 문제가 된 세계지리 문항의 경우 전문가 그룹의 견해와 상식적인 판단조차 무시하고 출제 측이 법정 싸움까지 불사하는 바람에 엄청난 불편함과 손해를 초래했다. 그래서 예년 같으면 논리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정도의 오류까지도 방어하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물 수능 논란’이든 ‘출제 오류 논란’이든 결국 문제는 능력측정의 공정성이다. 그렇다면 난이도가 적절하고 오류가 없는 수능시험이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한가. 그렇지 않다. 지능지수가 높은 학생과 국영수를 잘하는 학생이 유리하다. 수학능력시험 외 입학생을 사정하는 도구로 학교 내신성적이 있고, 교내외 각종 수상 실적,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에 대한 평가가 있다. 그러면 이러한 자료를 통한 평가는 공정한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한테 온전히 공정할 수 있는 측정 도구는 없다는 결론이다. 그나마 수능시험이 비교적 공정한 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보다 공정한 입시 제도를 창출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 조건들과의 관련성이 그 첫 번째다. 루소는 부모의 지위와 권력, 부와 가난, 명예와 불명예 등이 아이에게 세습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경쟁이 정당화되려면 부모의 지위와 무관하게 아이들이 동일한 출발선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부모의 조건이 아이들의 입시 경쟁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순 없다. 내신을 적용하든, 창의적 체험활동 실적을 적용하든, 수능시험 성적을 적용하든 부모의 조건이 우월한 학생이 유리하다. 심지어 전형 방법이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부모의 조건이 우월한 쪽이 유리하다. 하지만 그런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찾고 실행하려는 노력과 의지는 어떤 사회를 꿈꾸느냐와 관련이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그 자체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불공정성, 그 결과로 나타나는 저출산, 양극화 등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 따라서 수능시험 자체의 공정함을 넘어 입시제도 및 교육 제도 전체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수능은 이름에 맞게 자격고사화해야 한다. 말 그대로 수학능력 즉 대학의 학문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일정 점수 이상을 통과하면 모두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 부여 용도로 써야 한다. 또 국가가 대학교육까지 책임지고 자격을 획득한 학생들은 모두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대학에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졸업 여부가 결정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아울러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분야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정호식 울산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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