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의 특강’
‘시장님의 특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2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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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울산시장이 모처럼 강단에 섰다. 국회의사당이나 법정이 더 친숙할 법도 한 3선 국회의원, 변호사 출신 민선시장에게 강단은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그런 호기심이 ‘시장님의 특강’을 훔쳐보게 했다.

지난 21일 오후 2시, 새누리당 울산시당 건물의 3층 강당. 여성정치아카데미 제15기 수료를 코앞에 둔 96명의 예비정치인들 앞에서 다소 긴장된 표정의 김 시장이 강단에 올랐다. 아무리 달변이고 연단 경험이 수십 차례 있다손 쳐도, 6주에 걸친 수업으로 정치적으로 잘 무장된 100명에 가까운 여전사들 앞이 아닌가.

울산시당에서 던져준 제15기 ‘마지막 수업’의 강의 주제는 ‘울산의 무한질주’였다. 하지만 김 시장이 실제로 들고 나온 강의 제목은 ‘경제·사회 분야 울산의 위상’이었다. “우리 울산의 현실을 좀 정확하게 봤으면 좋겠다 싶어서 자료를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강연 요지는 A4 용지 2장에 빼곡하게 채워졌다.

그는 전문 경제용어 ‘GRDP(1인당 지역내 총생산)’에 대한 설명부터 자상하게 풀어나갔다. 30분으로 예상했던 강의는 15분이 더 늘어난 45분을 ‘고두로’ 채우고서야 끝이 났다.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들을 알기 쉽게 풀이하는 데는 그만한 시간도 너무 짧았을 것이었다.

“예산 좀 달라 하면 ‘울산은 잘 사는 도신데 뭐 하러 돈 주노’ 합디다. 엊저녁에 올라갔지만 오늘 밤에도 또 올라갈 겁니다. 가서 최경환 부총리한테 또 돈 좀 내라 조를 거고요. 아이고, ‘앵벌이’ 하는 것도 예삿일 아입디더. 돈 내놓으라니까 ‘울산 잘 사는데’ 하고, 사람 참 식겁하겠습디더.”

객석의 예비정치인들은 줄잡아 열 번도 더 웃음보를 터뜨렸다. 폭소를 주도한 것은 친근한 시쳇말과 구수한 울산사투리, 그리고 재치 넘치는 비유어였다.

웃음의 쓰나미 속에서도 그는 하고 싶은 말은 거의 다 쏟아냈지 싶었다. 울산 미래의 먹을거리를 위해서 시장이 얼마나, 그것도 자존심 다 구겨 가면서까지, 애쓰고 있는지를 넌지시 주입시키려는 것도 같았다. 시장의 ‘강의 기법’은 이미 ‘변론 기법’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경지에 접어든’ 느낌이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친 시장은 이내 여성들의 환호에 둘러싸였다. 여성정치아카데미 제15기 수료생들과의 따끈따끈한 기념촬영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

수료식 직전 김 시장은 잠시 쉬기도 할 겸 건물 2층 시당 사무국으로 내려갔다. 마주친 젊은 당직자 B씨에게 우스개 삼아 농을 걸었다. “내 강의료 안 주나?” B씨 역시 농으로 말을 받았다. “시장님은 월급도 많으시면서…” 시장이 특유의 고음으로 두 번째 조크를 던졌다. “시장 월급? 사실, 국회의원보다 120만원이나 적다네.” 몇 개월 전의 주머니 사정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이날 특강에서 김기현 시장은 울산의 현주소를 가리키는 모든 경제지표가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는 점을 누누이 역설했다. 생산액 전국 1위를 차지하던 화학산업을 비롯해 전국 2위의 자동차·조선해양산업에 이르기까지 울산지역 주력산업들의 하향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래의 곳간을 어떻게 채우고, 그 곳간을 채우는 데 꼭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한 푼이라도 더 끌어오느냐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그토록 절절한 ‘시장님의 특강’이 예비 여성정치인들에게는 과연 어떤 매력으로 다가갔을까. 그것이 궁금해진다.

<김정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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