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등불
고향의 등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1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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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떠올리면 다시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이면서 존경심까지 가득 피어난다면 당연히 마음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 그런 사람이 한 분 있다. ‘희수 아저씨’다.

아저씨는 필자 어릴 적 두메산골 고향집 이웃에 살았다. 그 분의 딸이 필자와 초등학교 동기인데다 소꼽친구여서 그 댁을 스스러움 없이 드나들 곤 했다. 아저씨는 필자가 다니던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인자하면서도 매우 깐깐해 우리들은 ‘담임선생님이 안 된 게 천만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필자가 초등학교 4학년 추석 때 일이다. 동네 불량배로 소문난 선배 한 사람이 술에 취해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동네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만류했으나 그는 들은 척도 않고 계속 행패를 부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필자와 둘째 형이 역시 학교 교사로 계시던 ‘병수 아저씨’를 찾아가 싸움을 좀 말려 달라고 부탁했다. 병수 아저씨가 그를 달랬지만 오히려 아저씨에게 까지 행패를 부리려 했다. 놀란 우리들은 마지막으로 교무실에 계시던 ‘희수 아저씨’에게 달려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우리 이야기를 들은 아저씨는 결연한 표정으로 밖에 나와 행패를 부리는 동네 형에게 다가가더니 “이 어인 망동이냐. 술이 좀 과했구나. 조용히 집으로 돌아 가거라”라고 타이르셨다. 그러나 동네 형은 잠시 멈칫 하더니 다시 행패를 부렸다. 저러다 희수 아저씨까지 망신당하는 게 아닌 가 우리가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야 이놈아, 어르신네가 가라면 갈 것이지 언감생심 이 무슨 추태냐”면서 동네 선배의 뺨을 후려쳤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 동안 기세등등했던 동네 형이 고개를 푹 숙이고 싹싹 빌면서 “아이구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했구만유” 하면서 꽁무니를 내뺐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필자는 속까지 후련해졌다. 그때서야 필자는 새삼 알았다. “아, 희수 아저씨가 정말 대단하신 분이구나.”

그 날 이후 필자는 아저씨를 존경심 가득한 마음으로 다시 보게 됐다. 키가 작고 얼굴이 못 생긴 것이 필자의 가장 큰 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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