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아웃’ 인생
‘9회말 2아웃’ 인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1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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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TV 야구중계에 나도 모르게 삼매경에 빠진다. 매년 이맘 때 벌어지는 한국시리즈 야구시합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정말 맞는가 보다. 이번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1대 0으로 삼성이 사선을 넘기고 있었다. 그 순간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가 2루타를 쳐 기적같은 역전극을 벌였다.

프로경기가 없었을 때 ‘고교야구’는 꽤나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k고의 스타투수였던 남우식, 1번 타자로 번트왕이었던 류중일, 각종 야구대회에서 MVP를 휩쓸었던 박노준, 그리고 J고의 임경엽 등이 시합을 흥미진진하게 했다.

그 중 k고의 류중일은 잠실야구장 개장기념으로 열렸던 B고와의 우수고교 초청대회 결승전에서 개장 1호 홈런을 기록했던 선수다. 그 야구선수가 지금 한국시리즈에 다시 출현해 삼성 라이온스의 명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야구 대통령’을 줄여서 말하는 ‘야통’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공교롭게도 올해 삼성의 51세 류 감독과 넷센 히어로즈의 46세 임경엽 감독이 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어 대혈전을 치렀다.

야구를 비롯, 축구, 피겨 스케이트 등 스포츠 하나로 수십억내지 수백억을 거머쥐는 스타들도 있다. 이러한 재능스타들은 집안에 돈이 많아 유명인물이 된 것이 아니다. 오직 운동재주 하나로 성공했다.

일본 이야기를 보태자. 일본과 프랑스 두 나라를 잇는 ‘데커레이션의 친선대사’로 불리는 세계제일의 양과자 장인 다테마츠 히로오미(立松弘臣)가 있다.

‘파라핀 종이 끝에서 짜 나오는 0.5㎜ 정도의 순 백선. 설탕과 달걀 흰자위로 반죽된 글라스 로얄의 몇 백 개의 선이, 거대한 데커레이션 케이크를 섬세하게 장식해 간다. 조금이라도 호흡이 잘못되면 그 아름다운 곡선은 보기 흉하게 비뚤어지고 실처럼 선은 흐트러진다.’

이 모습은 양과자의 장인 다테마츠의 설탕, 버터, 달걀이 그려낸 공간예술의 광경이다. 일본어에 ‘우데잇뽕(腕一本)’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지위나 경력이라곤 하나 없이 자기 몸뚱이 하나에만 의지하면서 밥벌이 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싸움하기와 역사공부 그리고 달콤한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잔 다르크’라는 영화를 봤다. 오를레앙 소녀의 용기와 헌신에 강렬한 인상을 받아, 17살에 학업을 그만두고 과자장인이 되기를 결심한다. 과자를 굽는 철판닦이부터 배달, 설거지, 다도부의 심부름 등 견습소년의 생활을 3년 반이나 했다. 27살이 되던 해 일본인 처음으로 양과자 유학생으로 프랑스 땅을 밟은 사람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까지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체에서 60개나 되는 메달을 손에 넣었다. 특히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전통 있는 생미쉘 과자협회가 주최한 대회에서 응시자 작품 600점 가운데 그의 작품 ‘오층탑’이 우승, 드골 대통령배를 획득한 유명한 양과자 장인이다.

취업을 고민하는 젊은이,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 무엇을 하든 ‘재능 하나로’ 살겠다는 정신자세라면 명예와 부는 얼마든지 거머쥘 수 있는 것이다. 뭇 인간들이여! 재주 한가지로 성공하라! 이러한 꿈을 성취해보는 것도 큰 행복이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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