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몽골 민속전통과 단군 그리고 고구려
내몽골 민속전통과 단군 그리고 고구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19 2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징기스칸릉.

내몽골의 민속음악을 살펴보면 마두금(馬頭琴)이라는 대표적인 악기가 눈길을 끌고, 노래로는 몽골 특유의 창법으로 부르는 흐메와 민요격인 오르팅도(長歌)가 있다. 오르팅도는 현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을 정도로 독창적인 문화유산이다. 그리고 판소리와 유사한 영웅서사시 강창공연인 장가르와 게세르 및 벤슨울게르도 눈길을 끈다.

반주악기인 마두금은 말머리 모양이 새겨져있고 현이 두 개이며, 현이 네 개인 사호(四胡)와 구별된다. 중국인들이 경극 반주나 독주에 사용하는 이호(二胡)나 우리의 해금(奚琴)과도 모양이 유사하다. 다만 마두금은 이호나 해금과는 달리 활을 현 사이에 끼우지 않고 연주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흐메는 한 사람이 두 가지 이상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는 창법으로, 총 12가지의 발성법이 있다고 한다. 흐메 창법의 노래로는 황제 관련 노래인 ‘만도르한’, 애정고사 ‘다나발’, 칭기스칸을 노래한 ‘성주(聖主) 칭기스칸’ 이 있다. 한편 오르팅도 노래로는 ‘광활한 초원’, ‘소황마’ 등이 있다.

15세기에 형성된 영웅서사시 장가르는 한자로 강격이((江格爾)로 표기한다. 장가르를 노래하는 장가르치는 스승으로부터 엄격하게 훈련받은 전문인으로서, 그들의 공연시간은 70장을 완창할 경우 5일이나 걸린다. 장가르 내용은 영웅 장가르의 탄생에서 성장과정과 전투, 그리고 혼인 등을 담고 있으며, 강창 시 4/4박자로 읊조리며 악기 반주가 들어간다.

▲ A0구려사신이 그려진 벽화가 소장된 무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장가르 내용과 우리 신화의 모티프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장가르 속 고사를 보면 말 아란찰이 장가르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데, 마치 주몽이 말과 함께 생활하고 그의 도움을 받는 모습과 흡사하다. 또 중간에는 백두산, 성지, 단수(檀樹), 43가한, 태양, 궁전 등이 나오는데, 단군 신화의 태백산, 신시, 신단수, 하백, 우사, 운사 등 화소들과 상당히 흡사하다. 은인 홍고이(洪古爾)가 지하에 갇히자 그를 찾아 나서서 결국 부활시킨다는 내용은 탐색(quest) 모티프와 샤머니즘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바리공주 고사와 동일하다. 장가르가 은인을 찾아 나서는 장면과 바리공주가 자신을 버렸지만 생부모를 은인으로 생각하고 그들을 찾아 떠나는 장면은 공히 탐색 모티프의 전형이며, 장가르가 나뭇잎으로 홍고이의 살을 붙이는 장면과 바리공주가 꽃잎과 나뭇가지로 부모의 뼈에 살을 붙여 살리는 장면 역시 샤머니즘의 재생 모티프로서 거의 비슷하다.

고구려와 관련지어 주목할 부분은 후허하오터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허린거얼(和林歌爾)에서 발견된 동한 시대의 벽화이다. 이 벽화에는 조우관을 쓴 고구려 사신들이 내몽골에서 영하회족자치구를 거쳐 저 멀리 사마르칸트까지 다녀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서기 460년에서 520년 사이, 고구려 사신 53명이 실제로 다녀갔다는 역사적 사실을 입증한다. 고구려가 당시 서역문물을 신속하게 받아들임으로써 강성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벽화가 있는 무덤의 주인은 오환(烏桓)의 소수민족 관할지역의 부대장[校尉]이었는데, 당시 오환은 선비족과 관계가 깊고 후에 몽골족에 편입된 민족으로서 당시의 중국 한족과는 친연성이 거의 없다. 선비나 오환은 남북조시기에 내몽골 허린거얼, 산서성 대동, 그리고 하남성 낙양으로 이주하여 북위(탁발위)를 건설한 민족이다.

▲ 마두금연주

몽골족 상징물을 보면 위쪽 산(山)모양은 성화 모양, 중간은 해 모양, 아래는 달 모양으로서 해 뜨는 곳인 아사달 조선(朝鮮)과 연관성이 깊다.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검은색 삼족오가 내몽골에서도 태양조로서 전해져오고 있는 점은 우리와의 친연성을 말해준다.

얼두어쓰(鄂爾多斯, Ordos)에는 칭기스칸의 능이 있다. 그가 쓰던 유품들이 보존되어 있지만 그의 시신은 이곳에 묻혀있지 않다. 그가 묻힌 장소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다. 과거 몽골제국의 찬란했던 문화는 베일에 싸인 그의 시신과 함께 잊혀져가고 있지만, 우리와의 친연성이 깊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인택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