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신문이 나아 갈 길
지방신문이 나아 갈 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1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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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당월지구 바다매립 개발사업 시행권 다툼이 일단락 됐다. 소송을 제기했던 민간업자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울산시가 개발권을 갖게 된 것이다. ‘당월지구 개발’문제는 2012년 민간 개발업자가 울산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때부터 본보가 심층 보도했던 사안이다. 우리는 줄곧 사익보다 공익이 우선이라는 논지를 폈고 고등법원도 그에 동의하는 판결을 내렸었다.

2011년 11월 산자부가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서울 용산에 설립하려 한다는 설(說)이 나 돌자 본보는 즉각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실시했던 설립타당성 조사 결과를 근거로 반론을 제기했다. 당시 평가에서 울산이 전국 1위였으며 산업발전사에 기여한 정도를 봐도 울산이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이듬해 ‘산박 울산유치 추진위원회’가 발족됐고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울산 유치가 확정돼 설립이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앞으로 지방신문은 사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고전적 가치 못지않게 지역 여론을 형성하는 쪽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 사실을 전달하는 기능은 방송매체가 이미 상당부분 잠식했다. 미국의 유력 지방신문 가운데 하나인 ‘필라델피아 인쿼러’는 독자가 한 때 30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전달 기능에만 매달렸던 탓에 2010년 결국 파산했다. 지방신문이 왜 기존의 비판 감시기능에서 여론 형성 쪽으로 옮겨가야 하느냐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수년 전 ‘종이 신문 대학살론’이 나돌았다. 인터넷 언론과 공중파 방송으로 인해 신문의 입지가 그 만큼 좁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종이 신문은 아이스박스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아이스박스는 냉동보관을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였다. 이제는 그 기능을 대부분 냉장고가 담당하고 있지만 아이스박스가 완전히 퇴출된 것은 아니다. 여름 캠핑, 야유회, 운동회 등에는 아직도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다.

지방신문이 파고들어야 할 부분도 이 쪽이다. 지방 인사의 동정을 다룬다고 치자. 방송매체는 지방사에 할애된 시간 때문에 자세히 다루기 어렵다. 그런 점은 중앙 일간지도 마찬가지다. 지방에 배분되는 면(面)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심층보도를 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간파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때 지방신문은 진정한 ‘아이스박스’ 역할을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기사 소재 발굴도 지방신문이 유념할 부분이다. 지방신문은 방송매체나 중앙 일간지에 비해 취재영역이 좁다. 그러다보니 취재보도 대상도 한 쪽으로 편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독자들로부터 “그 신문이 그 신문이고 그 내용이 그 내용”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이스박스’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충북 옥천군은 전체 인구가 6만여명 남짓하다. 하지만 주간지인 ‘옥천신문’ 독자는 2만여명에 달한다. 군민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이 주간지를 보는 셈이다. 신문만 펼쳐들면 군민들의 생활상을 낱낱이 알 수 있도록 취재, 보도하는 게 그 신문의 주 무기라고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방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시선이 최근 긍정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종이신문의 영역을 갉아 먹는 인터넷 판 매체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떠도는 각종 언어공해가 인터넷 매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탓에 지방신문이 ‘응사’의 덕을 보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정착되면서 주민들이 ‘지방의 사실’들을 알 필요가 증가한 게 주요인이다. 이를 상세히 먼저 전달해 줄 매체의 필요성이 그 만큼 늘어났다고 볼수 있다. 그렇다면 저널리즘의 근간을 제대로 살리고 자기변신만 시도한다면 지방신문의 운신 폭은 앞으로 더 넓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정종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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