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한잔의 여유를 느끼면서
차(茶) 한잔의 여유를 느끼면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1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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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을 따라 상류지역으로 올라가다 보면 자그마한 차밭들이 나타난다. 70~80년대 산업화로 인해 도시구조가 바뀌면서 현재 다운동 일부지역에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전남 보성이나 제주도의 차 재배 단지처럼 규모가 크거나 유명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지역에도 차나무가 자생하고 있다는 건 분명 자랑할 만한 일이다. 오랜 전 부터 이곳에서 차를 재배했다는 기록은 여러 가지 문헌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사실 다운동의 옛 이름인 다전(茶田)이라 지명도도 차나무를 심었던 밭이었다는데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차(茶)는 신라 선덕여왕 때부터 알려져 마시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공식 기록은 흥덕왕 3년(828)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金大廉)이 당나라에서 돌아오면서 종자를 가지고 와 왕이 지리산(地理山)에 심게 한 것이 우리나라 차(茶)의 시초로 돼 있다. 그 뒤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울산군은 토공품(土貢品)으로 작설차(雀舌茶)를 바쳤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문헌상의 기록으로 보아 다전(茶田)의 차(茶) 생산도 그 기원은 퍽 오래 되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러나 이 지역이 차(茶) 자생지로서 유구한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산업화의 물결 속에 묻혀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됐다. 특히 울산이 공업도시로서의 이미지가 너무 부각됨에 따라 이러한 사실들이 잊혀 져 온 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오랜 전통이 있고 역사에서 확인되며 차(茶)를 재배하고 생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이 지역이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

전남 보성지방의 경우 우리나라 최대의 차(茶) 재배지로 알려져 있다. 산비탈에 조성된 다원(茶園)은 남해안의 온화한 기후조건을 배경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밭으로 알려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양 길가에 쭉쭉 곧고 시원하게 뻗은 삼나무 가로수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또 다른 자연의 세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다원이 깔끔하게 꾸며져 있어 이곳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은 차(茶)이외 새로운 관광 요소를 즐길 수 있다. 또 해마다 다향제를 개최하여 다원에서 차의 풍작을 기원하는 다신제와 차잎 따기, 소리체험, 해수 녹차탕 온천욕 등 다양한 관광코스를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곳은 각종 선전광고 및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해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 들 정도다.

우리 지역도 앞으로 태화강의 물줄기가 굽이쳐 흐르고 뒤쪽엔 입화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천혜의 자연 풍광을 이루고 있다. 인구 120만의 대도시 주변자락에 위치 해 있어 이를 관광자원화 할 경우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다. 태화강변과 척과 천 사이의 야산과 구릉 지대에는 청동기시대의 고분 유적이 분포돼 있다. 이와 연계해 이 일대를 개발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요즘은 커피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우리 민족과 역사를 함께 해 온 차문화가 다소 뒤로 밀려나 있다. 전통찻집이 아니고서는 제대로 마셔보기도 힘들지만 차를 마시면서 나누는 담소와 여유는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정말 필요한 웰빙이다. 깊어 가는 가을 정다운 지인들과 마주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면서 다전(茶田)의 의미를 되새기길 기대한다.

<김강석 중구 다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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