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는 지금 진화 중
비둘기는 지금 진화 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11.09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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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5일 이상은 아침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밤사이 풀어진 몸을 일으켜 세우고 아침잠을 깨우기란 조금은 고된 일이다. 그러나 점점 퇴화되어가는 듯한 몸을 그나마 끌고 갈 방법은 조금씩이라도 움직임을 계속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 걷지는 않는다. 이십분 쯤 걸으면 등에서 땀이 솟고 그 이후 다시 이십분 쯤 더 걷는 정도다. 이쯤 되면 일어날 때의 억울한 기분은 조금 가신다. 또 그나마 퇴화를 좀 늦춘 듯한 생각이 들어 보상심리 정도까지 생긴다. 때론 진화했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진화’라는 말은 천체나 항성 지질의 경우도 해당되겠지만 보통은 생물의 경우에 많이 쓰이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나는 신체가 진화보다 퇴화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사실 인간의 신체는 거의 25세를 지나면 노화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물론 뇌세포의 정신적 향상은 어느 시점까지는 계속될 수 있다하더라도 피부나 뼈 근육의 변화는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진화란 생물이 환경 속에서 생식을 통하여 대를 이어 나가는 사이 변화해나가는 것을 의미하며, 보통의 구조나 기능에 있어서 간단한 것에서부터 더욱 더 분화하고 복잡한 것으로 발전하여 적은 수의 종류로부터 많은 종류로 갈라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다. 대부분의 생물체를 부분적으로 볼 때 어떤 기관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하는데 대하여 어떤 기관은 퇴화하는 현상도 있지만 이러한 퇴화의 현상도 진화의 일면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어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한 질병의 증세들로 고통 받으며 살고 있는 우리는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학교운동장 트랙을 돌면서 걷다보면 꼭 만나는 친구가 있다. 비둘기 한 두 마리다. 이 아이들은 꼭 같은 시간대에 운동장을 돌면서 맛있는 아침식사를 한다. 전날 학교아이들이 먹다 흘린 빵이며 과자부스러기를 남김없이 찾아 먹는다. 운동하는 사람들의 발길에 부딪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유유자적하며 위험감지의 돌발행동도 전혀 없다. 그냥 자박자박 두 발로 온 운동장을 걸어 다니며 밤새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바쁘다. 운동이 다 끝날 때까지도 운동장에서 날개를 펴고 창공을 나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여지껏 날던 날개를 얌전히 접고 가녀린 두 발로 종종걸음을 치며 본능적 생존에 몰두하는 것 또한 진화일까.

1859년 다윈은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 또는 생존경쟁에서의 적자생존’이란 책을 발표하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개체만이 선택된다는 생존경쟁에 의한 선택이론을 주장한바 있다한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몸이 편하지 않은 이 불편한 진실을 이젠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아가야할까. 사실은 크게 건강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젊음과 멀어진다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누군들 내심 절망하지 않겠는가.

비둘기의 보행을 처음엔 비웃었다. 본성을 거스르는 굴욕적인 것이라고 백안시했다. 그러나 그것이 생존경쟁에서 필요한 적응이듯 우리도 우리의 생물학적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한다. 환경에 순응하고 현실에 적응하며 자신을 추스르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생물적 진화를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만족이라도 그것에서 더 큰 기쁨을 꽃피워낼 수 있다면 정신적 진화도 잘 하고 있는 것이 된다. 아침꿀잠을 조금 반납하고 체력을 키우는 것이 고령사회를 살아가야하는 우리들의 또 하나의 작은 선택이듯 아침마다 운동장에서 먹이를 구하는 가엾은 비둘기도 지금 진화하는 중이다.

<이정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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