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활성화 위해 종목별 회장들과 소통할 것”
“생활체육 활성화 위해 종목별 회장들과 소통할 것”
  • 정종식 기자
  • 승인 2014.11.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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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수 생활체육회 사무처장
생활체육은 청소년 체육에 녹아들어 ‘생존’ 바탕둬야 사회문제 해결할 수 있는 ‘처방전’ 될 것
청소년·중장년층·노인층 전체 균형 필요
 

“세월호 사건 때 학생들이 수영을 좀 할 줄 알았으면 그 만큼 피해가 안 났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배 밖으로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밖에 나왔다 해도 물이 두려워 뛰어내리지 못했을 겁니다. 영국은 학교를 신설할 때 대부분 수영장 설치를 의무화한다고 해요. 어릴 때부터 수영이 생활 속에 스며들게 하는 거죠” 하지만 울산은 학교 체육관이 227개인 반면 수영장이 있는 곳은 범서초등학교 한군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생활체육 속에 청소년 체육이 녹아들어야 한다는 게 울산시 생활체육회 박준수(사진) 처장의 주장이다.

박 처장은 생활체육과 청소년체육의 연계성을 유난히 강조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전문선수를 발굴하지만 선진국은 생활체육에서 스포츠 영재를 찾아냅니다. 조그마한 아이가 혼자 물에서 첨벙대며 노는데 이를 유심히 지켜본 수영코치가 그 아이의 가능성을 보고 수영 영재로 키우는 외국영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래야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제 기량을 펼칠 수 있고 전문선수로 자랄 수 있다는 게 박 처장의 생각이다. 그는 부모의 뒷받침이 없으면 수영선수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도 했다.

이를 위해선 학교체육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밑에서부터 커 올라 간 스포츠 영재가 중·고등학교에 가면 입시에 매달려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생활체육회는 현재 ‘신나는 주말학교’, ‘학교스포츠 활성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교체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지원에 어려움은 없느냐고 하자 “교육청과 협조가 잘 돼 무척 다행입니다. 청소년 체육은 교육청과 밀접한 관계가 있거든요” 그러면서 김복만 교육감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박 처장은 미식축구 선수출신이다. 동아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울산대 미식축구팀도 그가 창단했다. 앞으로 생활체육회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이냐고 묻자 미식축구 시합 이야기를 꺼냈다. “축구는 한 사람이 실수해도 다른 사람이 그 뒤를 받쳐줄 수 있지만 미식축구는 수비든, 공격이든 한 명이 뚫리면 전체가 무너집니다. 모든 선수가 조직을 위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동이죠” 생활체육은 크게 청소년층, 중장년층, 노인층으로 나눠지는데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전체 균형을 잡겠다는 게 그가 ‘미식축구론’을 들고 나온 이유다.

“요즘 노인 복지비용이 국가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생활체육을 활용하면 상당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생활체육입니다” 그 동안 생활체육에서 노인층 쪽 체육이 다소 모자랐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그가 내년부터 현재 운영 중인 어르신 종목 6개에 대해 전국대회나 타지대회 참가 예산을 500만원씩 지원키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도 언젠가 늙습니다. 지금부터 노령화 체육에 대비해 노인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울산이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도시임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는 무료 급식소 앞에 무료하게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노인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렇게 끼니때 마다 식사만 제공할 게 아니라 그들에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 노인질병도 예방할 수 있고 노인복지 비용도 그 만큼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박 처장은 인터뷰 중 생활체육을 안전·실생활과 연결시키는 문제를 여러 번 강조했다. 스포츠를 자기수양과 개발에 이용하면 대단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종의 문제로 얼마 전 자리에서 물러난 지검장 이야기를 꺼냈다. “평소부터 테니스를 한다든지 취향에 맞는 운동을 했더라면 그런 물의를 일으키진 않았을 겁니다” 생활 스포츠를 단지 ‘운동’으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종의 ‘처방’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수영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과 연결해 무료 강습을 하면 선풍적인 반응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냥 수영강습이라면 무관심이 하던 부모들이 여름철 익사사고에 대비해 생존법을 가르친다면 아이들을 대거 보내지 않겠습니까” 실제 가치를 느껴야 생활체육이 활성화 될 거란 주장이다.

그래서 박 처장의 추진 계획 가운데 하나가 생존법 프로그램 활성화다. 내년 초까지 지도자 연수를 끝내고 후년부터 ‘생존법’ 보급을 본격화 할 것이라고 한다.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업들을 훑어 봤는데 생활체육 활성화에 대한 종목별 프로그램이 없더라고요” 현재 생활체육회에는 45개 종목에 걸쳐 약 13만 명의 동호인들이 있다. 이들에게 뭐가 필요하고 부족한 게 무엇인지 파악해 대안부터 꾸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전은 인구가 150만인데 각 종목 동호회에 파견할 수 있는 생활체육 지도자가 220명입니다. 울산은 인구 120만에 72명입니다. 이곳저곳에서 지도자 파견을 요청해 오지만 역부족인 상태죠” 울산의 경우, 배드민턴, 축구, 볼링 등은 동호회원도 많고 비교적 활성화 돼 있다. 반면 핸드볼, 승마, 사격 등 일반인 접근이 어려운 종목은 몇 개 단체만 등록돼 있을 정도다. 이런 비인기 종목에 ‘생존법’을 접목시켜 생활체육을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다.

박 처장은 역대 생활체육회 처장 가운데 유일하게 선수출신이자 최연소다. “처장으로 선임될 거란 소식을 듣고 시장님에게 ‘일을 맡기엔 제 나이가 아직 어리다’고 했더니 ‘나는 47세에 국회의원 했다’고 하시더군요” 김기현 시장이 그를 처장에 임명한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기존의 운용방식에서 벗어나 “종목별 회장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각 종목이 고루 발전하려면 회장들과 상의하고 고민하는 게 필수적이란 것이다. 김 시장이 “그동안 관료출신 처장들이 많았다. 행정에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창의적 개발은 미진한 측면이 있었다. 특히 노인층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그에게 당부한 이유를 알만한 대목이다. 글=정종식 기자·사진=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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